답은 서양 클래식 안에 있다.
시대를 불문하고, 장르를 불문하고, 인류 역사를 통틀어 클래식만큼 수준 높은 음악을 아직 만나지 못 했다.
서양의 클래식 음악이야 말로, 인간이 본래 신이었음을 증명하는 고결한 음악이다.
물론, 서양의 클래식은 지금 빌보드 차트니, 유행가니, 하는 음악을 만든 것처럼, 당대의 음악이기도 하다.
모차르트든, 베토벤이든, 당대의 음악가로써 그 시대의 신곡을 만들 뿐이었다.
영구한 생명력의 불멸의 음악을 만들려고 했었으며, 그들 스스로 후세에게 그런 평가를 받으리라 생각이나 했었을까?
난 그저 그들이 좋은 음악을 만들려 했을 뿐이라 믿는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좋은 음악들이 마구 쏟아 졌다.
다만, 당시 풍토는 자본력을 쥔 귀족의 후원을 통해 전문 음악가를 활동하게 해서, 그들 취향의 음악을 만든 것임에 반해, 지금은 레코딩을 기반으로 한, 돈을 주고 소비하는 '음반 시장'이 형성돼 있다.
그런 면에서 풍토가 다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 클래식이 지금도 널리 세계인이 향유하고, 이토록 오랜 생명력을 이어 온 음악을 만든 것에 대해 참 이런 보물같은 음악을 만든 그들이 다시 한 번 경외스럽다.
서양 클래식 중 오케스트라는 장엄하고 웅대한 세계를 표현하고, 기품있으면서도 고급스러우면서도 화려한 음악이다.
오케스트라야 말로 클래식 중의 백미이며, 협주곡도 포함될 수 있겠다.
시대적 양식에 따라 낭만주의니, 고전주의니 하면서 갈리지만, 내 생각에는 여러 시대 사조 중에서 바로크 음악이 가장 깊이있으면서도 수준 높은 음악이라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의 가장 대표적 아이콘인 베토벤과 모차르트가 속한 고전주의도 물론 말할 것 없이 훌륭하지만, 그래도 내가 듣기엔 비발디와 바흐를 위시한 바로크 음악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바로크 음악은 고급 중에서도 또 고급이다.
바흐의 음악은 서양 클래식의 으뜸인 바로크 음악 안에서도 가장 수준 높은 음악을 만들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와 드보르작?
그들은 어디까지 인간의 감정을 훌륭하고 멋진 음악 세계로 표현한다 볼 수 있지만, 바흐는 신을 열망하고 신의 세계에 닿으려 했던 음악가이다.
인류 역사에 이런 음악가가 없다.
글쎄, 현대 음악에서 내가 가장 높게 평가했던 그리스의 '반겔리스' 정도가 겨우 비견될 수 있으려나.
반겔리스는 초월적이고 정신적이며, 영적인 음악을 만들 수 있었지만, 바흐 만큼의 대해같은 스펙트럼을 넓히지 못 했다.
그도 바흐가 진작에 펼친 그라운드 안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바흐의 음악은 그만큼 깊이와 넓이, 둘 다를 갖춘 어마어마한 음악을 만들어 냈다.
내가 최고라 여긴 바로크 음악 중에 비발디나 핸델은 분명 고결한 음악을 만들어 냈지만, 그들은 귀족적 취향에 중점을 둔 고급스러움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바흐의 음악은 이를 초월한 우주적인 '토카타와 푸가', '샤콘느'를 통해 인류 음악의 정점을 찍었다.
내 남은 생에 이런 음악을 현대에 다시 접할 수 있을까?
만일 그럴 수 있다면, 그 것은 기적이자 축복일 것이다.
바흐의 음악을 연주한 명 연주가들은 참 많다.
너무 많아서 뭘 들어야 할 지 모를 정도.
그렇다면, 내가 바흐 음악 중 최고라 치는 토카타와 푸가, 샤콘느의 레코딩을 꼽자면.
토카타와 푸가는 내가 여태까지 제대로 만족하거나 좋게 들은 레코딩은 단 한 곡도 없다.
그나마 무난하게 괜찮은 다니엘 초르젬파, 내 선곡 목록 중에는 현재 Kare Nordstoga라는 연주자가 겨우 흡사하다.
왜 토카타와 푸가가 펼쳐 주는 우주적 광활함과 심오함을 이해하고 제대로 표현하는 연주자를 한 명도 만나지 못 하는 것일까.
난 이 게 큰 불만이었다.
바이올린 파르티타 중 최고의 명곡으로 꼽히는 샤콘느는 오래 전부터 이견 없는 요한나 마르치의 연주가 으뜸이다.
아무리 다른 연주자들의 레코딩을 들어 봐도, "괜찮다." 수준이었지, 딱히 뭔가 메리트를 주는 인상적인 연주는 없었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연주도 거장의 품격이 느껴 지는 연주긴 했어도, 조금 자신을 어필하는 소리여서 좋게 평할 수 없었다.
클래식 연주자는 자신을 어필하려는 마음에 초연하고, 곡의 본질과 작곡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서 깨끗하게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경화의 연주는 물론 무게감이 있고 훌륭하긴 해도, 한 편으로 조금 연주가 '세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한나 마르치는 우아하면서도 시종일관 균일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내가 아끼는 바흐 음반 중에 마지막 하나는 바로,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바흐의 '오케스트랄 슈츠 2 번과 3 번'이다.
나는 그 중에서 멜로디컬한 '바디네리', 그윽한 선율의 '에어', '론도' 등을 애청한다.
그 밖에도 오케스트랄 슈츠는 고상하면서도 귀족적 고급스러움으로 가득하고, 이를 카라얀의 지휘와 숙련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잘 자아 내 주는 바흐 명반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아끼는 음반인데 반해, 카라얀의 여러 교향곡 레코딩 중에 그다지 주목을 못 받는 것 같다.
그러건 말건.
그 밖에도 에두아 반 베이넘과 콘체르트게바우 오케스트의 연주도 괜찮다.
오히려 레코딩 면에서 현대에 녹음되었기 때문에, 음향 면에서는 카라얀 음반보다 낫다.
아무튼, 바흐의 음악은 인간이 도달한 경지 중에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평한다.
정리를 하자면, 여태까지 만든 모든 인류 음악 중 클래식이 가장 수준이 높고, 클래식 안에서도 바로크 음악이 으뜸이며, 그 안에서도 바흐의 음악은 최고로 꼽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