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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Dec 07. 2023

Purist Audio Design -

Ultimate USB

말은 무성하게 많았는데, 의외로 중고 매물로 접하기 쉽지 않은, 그 브랜드였다.

전에도 이 PAD 케이블 몇 가지를 엔트리 라인으로 구입하려 생각했는데, 어찌저찌 만족하고 있는 터여서 적극적이진 않았다.

밝은 톤을 선호하는 나로썬, 어둡다는 평도 내키지 않았고.

그러다 이 번에 큰 마음 먹고 중고로 그나마 저렴하게 파는 판매자 분께 네고 양해를 구해서 저렴하게 구해 봤다.

우체국이었으면 빠르고 좋았을 텐데, 편의점이 좋다시길래, 이 건 양보해 드렸다.

설마 '아다리'가 걸리려나 싶었는데, 제대로 아다리가 갈려서 나흘 걸렸다.

CJ는 이렇다.

그 동안 어찌나 소리가 궁금하던 지.


오랜 기다림 끝에, 받자마자 얼른 연결해서 소리를 들어 봤다.

기존에 오랫 동안 체르노프 레퍼런스를 만족하게 쓰던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가격 차이는 제법 현저했는데, 그래도 한 끗이라도 나으면 만족하려 했다.


결과는 내가 기대했던 만큼이었다.

당연히 여러 모로 PAD가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 준다.

신품가로 따져도 그렇고, 중고가로 따져도 3 배에서 4 배에 달한다.

그런데, 박하게 평가를 하자면 소리는 1. 5 배 정도, 많이 쳐 주면 두 배 가량 되는 듯 하다.

가격만큼 그리 현저한 차이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사실, 오디오 기기를 구성하면서 평을 한다는 것은, 여러 모로 변수들이 많다.

지금 구성한 시스템은 전보다 그래도 많이 상향평준화가 된 상태라, PAD가 커버할 단점이라던가, 발현되어야 할 장점이 다 발현되지 못 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최대한 근접하게 평을 하자면, 가격에 준하는 만큼의, 도리어 거꾸로 표현하자면, 그만큼 체르노프 레퍼런스 USB 케이블이 가격 대비 좋은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더 짚고 들어 가면, PAD도 값에 맞는 소리를 내 줬을 뿐이다.

PAD Ultimate USB의 정가는 137만 원에 달한다.

브랜드 인지도나 퍼포먼스, 길이를 감안하면 그리 비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급 이상의 비싼 케이블이다.


본격적으로 소리에 대한 평을 하자면, 사람들이 어둡다고 평을 한 것은 맞는데, 어두운 가운데서도 활발하게 각 대역을 잘 표현한다.

전보다 스테이징이 넓어 진 것 같고, 기존에도 차폐가 잘 돼 있는 시스템이지만, 차이를 느낄만큼 유의미하게 더욱 나아 진 것 같다.

기존의 체르노프가 잔향이 있는, 소리에 살집이 있는 편이었다.

이 게 어찌 들으면 아날로그 적으로 들릴 순 있어도, 해상도에 있어서는 살집있는 소리는 불명확한 소리를 내 준다.

지금 PAD 케이블은 건조하리만치 담백하게 군살없는 소리를 들려 준다.

그렇다고 메마를 정도는 아니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촉촉하다.

가히, 'Purist'란 사명처럼 내추럴하고 퓨어하다.


톤은 같은 미국 브랜드의 카다스와 유사하다.

투명한 질감이며, 카다스는 파섹 RCA를 써 봤는데 이보다 더 어두웠다.

카다스의 어두움에 비하면, PAD는 그리 어둡다는 느낌을 받지 못 한다.

이 걸 보면, 투명한 톤은 미국 브랜드들의 특징인 것 같다.

지금 PAD도 물론이거니와, 카다스, 잠깐 거쳐 본 슌야타 리서치도 그러했다.


총평을 하자면, 분명히 사람들이 호평한 만큼의 실력기는 분명하다.

그런데, 중고가가 저렴해 져서 그렇지, 정가만큼의 소리인 지는 조심스레 의아스럽다.

각 대역 두루두루 활발해서 좋고, 스테이징 좋고, 소리의 군더더기를 빼서 담백하게 표현하는 능력도 좋고, 특히 강조했던 배경의 정숙함도 좋았다.

조금 밋밋한 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고 퓨어한 소리도 역시 칭찬해 줄 만 하고.

잔잔한 분위이면서, 새침한 것 같지만, 그러면서도 자기 할 말은 다 하고, 체육 시간 때 운동도 좀 할 줄 알고, 항상 중상위권 성적은 유지하는 모범 여학생같다.


저금통 깨서 모처럼 중급기로 진입을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중급기부터는 자사의 아이덴티티 뿐이 아니고, 다양한 튜닝이나 물량 투입에 의한 마법 효과, '음향적 퍼포먼스 향상'이 추가된다.

물론, 그 안에는 해당 브랜드가 다양한 실험과 연구에 의한 시간과 노동력 투자도 포함돼 있고.

단순 물형적 외관으로 "케이블 따위가 뭐 이리 비싸."는 그래서 금물이다.

들어 보고 평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체르노프 레퍼런스 USB'란 중학교를 졸업하고, 'PAD Ultimate USB'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보다 상급기를 살 돈을 당분간 모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게 PAD 뿐이 아니고, 어떤 브랜드가 됐든.

돈이 많다면 '요르마'로 사고 싶지만, 너무 비싸다.

글쎄, 나는 3 년이란 시간을 넘어, 그 이상 오랫 동안 이 PAD란 고등학교에 다녀야 할 지도.

지금 이 케이블로 음악을 들으면서 쓰건데, 동 가격 대의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아무튼, 만나서 격렬히 반갑고, 또 다음 상급기로 입학할 때까지 나의 오디오 생활을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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