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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Sep 07. 2024

후루텍 NCF 벽체 콘센트

소문만 무성했던,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NCF가 그렇게 좋다며?"


NCF는 후루텍이 야심스렇게 내 놓은 소재 기술력이다.

나노 크리스탈 뭐 어쩌구 하던데, 무슨 열 에너지를 음이온으로 바꿔 준다나.


"플라스틱 껍데기로 어떻게 열이 음이온으로 바뀌어?"


케이블의 도체의 순도, 결정구조, 차폐, 필터링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고, 비교 청취 밎 교체 경험이 많았지만, 후루텍의 이 NCF 기술은 선뜻 납득이 오지 않았다.

도체의 기술력도 아니고, 도체를 둘러 싼 소재의 기술력이 그렇게 큰 효과를 준다니.

일단 접해 봐야 뭐 들어 봐서 평을 하거나 하는데, 비싸기도 비싸거니와, 중고 매물을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간간히 NCF 단자나 관련 제품들의 후기를 접해 보면, 악평보단 그래도 호평이 많았다.

실제로 실텍을 비롯한 요르마 케이블 등에서도 플래그쉽 고급 케이블에는 후루텍 NCF 단자를 쓰는 것도 그렇고, 소매 가격을 봐도 그러니.


현재 나의 오디오 장비 중, 가장 맥이 되는 것은 콘센트라 하겠다.

일반 가정용 콘센트라서가 아니다.

꽤 비싼 오야이데 팔라듐 콘센트를 이미 오래 쓰고 있다.

물론, 오야이데의 장점도 있지만, 내 취향에 부합하는 매칭은 아니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장터에 매물이 올라 오기를 기다리던 어느 날, 후루텍 NCF 콘센트를 꽤 괜찮은 가격으로 중고 구입했다.


벽체 콘센트는 혼자서 뚝딱 할 줄 안다.

이미 수십 번의 교체 경험이 있다.

기초적인 지식하고, 차단기를 내려서 차분히 교체하는 것만 지키면, 여자도 능히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후루텍 콘센트 벌크가 아니라, 콘센트를 둘러 싼 몸체의 연결이 일직선의 구조가 아니라, 꽤 설치가 쉽지 않았다.

내 짐작으로는, 전 주인은 아마 이런 까다로운 구조의 설치 문제로 인해 설치를 포기하고 장터에 내 놓은 것 같다.


첫 설치의 작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무사히 교체를 완료했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컴퓨터 전원을 켜서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바로 이 소리구나!"하는 기쁨과 안도가 솟구쳤다.

참 다행이었다.

콘센트 교체는 쉽지 않아, 설마 원하는 소리가 아니면 또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기에.


지금 교체를 완료하고 음악을 청음한 지는 이제 1 시간 남짓 되는데.

전체적인 소리가 아주 나긋나긋해 지면서, 섬세해 졌다.

또한, 조금 더 사실적인 소리에 가까워 졌으며, 훨씬 균형잡힌 소리를 내 주었다.

묵직하고 강건한 오야이데와 비교하면, 전체적인 힘이 빠지면서 여성스러워 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후루텍과 오야이데는 같은 일본 브랜드이지만 전혀 반대 성향이다.

해상도 면에서는 후루텍 NCF가 더 나았고, 더 맑고 투명한 느낌이다.


오야이데 팔라듐 콘센트야, 워낙 오랜 기간 겪어 봐서 잘 알고, 이미 오야이데에 관해서는 멀티탭과 콘센트를 블로그 글로 다룬 바 있다.

오야이데는 전체적으로 묵직한 힘이 가득 실리는 소리이며, 팔라듐 특유의 진하고 농밀함이 특징, 저역에 더욱 힘이 실리는 느낌이다.

뭐가 더 상급 콘센트라고 규정할 정도는 아니고, 이 정도는 어쩌면 성향의 차이에 따른 선택이라 볼 수 있다.

후루텍 NCF를 혹자는 풀어 지고 맥 빠지는 소리라며 후회한다고 한다.

물론, 나 역시도 후루텍 NCF로 교체하고 나니, 정작 오야이데 특유의 밀도와 강건함이 조금 아쉬운 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 성향이 조금 더 자연스러운 늬앙스의 후루텍 NCF가 더 좋게 다가 왔고, 해상도 면에서 만족감이 더 커서, 후루텍 NCF로 정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오야이데는 나와 그동안 애증의 관계였다.

분명 오야이데도 브랜도 인지도라던가, 만듦새, 기술력이 출중한 회사였지만, 오야이데 특유의 강성이 전체적인 소리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주었다.

오야이데 은선 멀티탭도 그래서 처분을 했고, 하나 남은 콘센트도 곧 장터에 내 놓을 예정이지만, 큰 미련이 없다.

자기 어필이 강한 오야이데 제품을 다시는 일부러 구입할 일은 없을 것이다.

오디오 초짜일 때는 오야이데가 분명 고급 악세서리 브랜드였고, 너무나 오야이데 멀티탭과 콘센트를 갖고 싶어 했지만, 이제 겪고 보니 오디오 공부가 많이 됐다.

그런 추억이 있어서 막상 오야이데 콘센트를 팔자니, 조금은 아련한 소회도 든다.


그래도 팔아야지.

어쩌면, 나는 후루텍 NCF를 만나기 위해, 오야이데라는 어색한 반려자를 만나, 머나 먼 뺑뺑이를 돌았는 지도 모른다.

이제, 콘센트에 대한 미련 없다.

글쎄, 내일 장터에 오야이데 콘센트를 올리면, 금새 팔릴런 지.


새 주인에게 잘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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