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기각이라고 기사가 떠서 조금은 의아했다.
왜냐하면, 그래도 막연한 생각으로 최소 한두 명 정도는 인용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조금 순진했나 보다.
그 이유를 따져 보니, 만장일치 기각이 나올래야 나올 수 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고위 법관이라지만, 그들도 결국 직장인들이나 진배없다.
만일, 나머지 재판관들 중 한 사람이라도 인용의견을 낸다면, 그 인용을 주장한 재판관과 정계선 재판관하고 껄끄럽고 불편해서 어디 같이 일하겠는가?
청구인, 피청구인이 낸 기피신청에 대한 판단절차가 투표 방식도 아닐 테고, 아마 단순히 재판관들끼리 모여서 공개적으로 의견 피력하고 회의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럼, 그 자리서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동료 재판관이 본 사건 재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어떻게 당당하고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겠는가?
재판관, 그들도 현실적인 직장생활을 생각하면, 절대 인용하지 못 한다.
글쎄, 이런 절차적 구조로는 극우 전광훈 목사가 헌법재판소장으로 있어도 기피 신청을 인용하지 못 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도 있다.
헌법재판관들은 본 탄핵소추 사건을 심리, 판단하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들이다.
만일, 헌법재판관들이 피청구인 측 재판관 기피 신청을 인용해 버린다면, 그들 스스로 중립성과 공정성을 부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분명 재판 결과에 불복하지 못 하는 어떤 세력에도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되고 만다.
"어? 아무개 재판관은 어떤 세력에 비판적 의견을 낸 적이 있던데?", "아무개 재판관은 어디어디 모임 출신이라던데, 그럼 그 재판관도 기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앉아서 재판을 하네?",
이런 비판의 빌미를 스스로 제공하는 꼴이 된다.
기득권을 가진 그들이 절대 그렇게 해 줄 이유 없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기피의 대상한테 기피를 신청하는 셈인데, 받아 줄 이유가 하등 없다.
아마, 재판소법을 개헌해서 다른 객관적인 기관, 이를 테면 대법원이 심사를 했다면, 어쩌면 기각이 나오더라도 한두 명 정도는 인용 의견을 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구조라면, 내가 헌법재판관 같아서도 기각을 낼 수 밖에 없다.
대통령 측은 재판에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꼭 반드시 불리할 법은 없다고 본다.
정계선 재판관도 심리를 진행하는 데 있어 앞으로 본인의 의혹에 대해 자유롭지 못 할 것이다.
어떤 예단을 단초로 해서 신문을 하거나, 진행한다는 의혹으로부터.
정 재판관이 명성을 얻게 된 것은, 그리고 헌법재판관으로 승진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아무래도 이명박 전 대통령 형사재판의 부장판사 당시였을 것이다.
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리가 있다면, 처벌은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가혹한 중형이어야 하나, 조금 의구심이 있긴 하다.
좌성향 단체 출신이라는 것도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그보다 해당 사건의 이해관계에 있는 남편이라는 배경에 대해서는 나머지 동료 헌법재판관들도 속으로 공감은 할 듯 싶다.
허나, 겉으로 그 의견을 드러내면, 정계선 재판관과 지내기 힘들지만, 기각 의견을 냈던 재판관들하고 많이 불편해 진다.
법리적인 부분이 아니라, 그 게 실질적 이유로 작용한다고 본다.
아무튼, 향후 헌법재판관의 기피 신청은 객관의 심사 기관을 선정해서 이뤄 지도록 개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