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속선의 삶

판결, 서울특별시 접근금지 10년

by 속선

'이화동 1000-30 방2 2층'


"어때요? 넓죠?"


"아아... 넓네요..."


비좁은 골목을 헤집고 올라간 후, 거기서 대문을 열고 또 협소하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이화동은 서울 시내에 가까운 동네라, 저 정도 월세도 사실 싼 것이다.

저 정도 금액으론 서울 외곽의 반지하도 구하기 어렵다.

게다가, 나중에 그 집은 너무 싸게 내 놨다고 생각했는지, 오히려 월세를 올려 버렸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걸 보아, 어쩌면 그 금액에 계약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혜화동 500-65 단독 채광 좋은 집'


"이 금액에 이 집이 제일 싸요."


"싼 건 사실이죠..."


부동산에서 인터넷에 올리기는, 전용면적도 여유있어 보였고, 사진도 그러했다.

막상 직접 가서 보면, 사진보다 작았다.

세면대는 배수구가 없어서 세수를 하면 바닥이 흥건했고, 아무튼 전반적으로 제대로 된 생활이 힘들어 보였다.

서울 시내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았고, 월세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장점도 있으니 한 번 방크기만 허락하면 계약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 집을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더는 서울에 집을 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가 가진 금액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고, 이제는 완전히 미련이 버려지게 되었다.

사막 속 한 모금 물줄기를 찾는 모험도 이제 끝이다.


"피고인, 자리에서 일어 나십시오."


"......"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고인 속선을 서울특별시 접근금지 10년에 처한다.", "피고인 속선에게 경기도 외곽 거주를 명한다."


피고인은 선고가 내려진 후에도 한동안 굳은 채로 침묵할 뿐이었다.

이윽고, 법정 경위 둘이 피고인의 양 팔에 팔짱을 끼려 하자, "이럴 순 없어! 나는 서울에 살 거야! 내가 왜 경기도에 살아야 하는데?!"라며 법관을 향해 절규하듯 외쳤다.

높은 법대 위에 앉아 있던 법관도 이에 질세라 점잖게 대꾸한다.


"어어... 지금 피고인은 돈이 얼마 없잖습니까? 그 정도 보증금과 월세를 가지고 서울 어디에 살 수 있습니까? 더군다나, 지금 피고인은 서울에 전용면적 15평 이상을 찾고 있잖아요. 어떤 집주인이 그 평수에 그 정도 세를 놓는단 말입니까? 거기다 또 넓은 반지하는 여름에 습기차고 벌레 끓어서 싫다고요?"


법관을 향해 반항적으로 대들던 피고인도 법관의 바늘같은 꾸지람을 듣고서야 고개를 숙이고 체념하였다.

결국, 서울 시세에 승복하면서 경기도 변두리에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 들이기로 한 것이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경기도에 있는 공인중개사와 만나, 보다 밝고 넓은 평수의 월세집을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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