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속선의 삶

'매매'라는 단어를 이해하기까지

by 속선

아주 어렸을 때이다.

그러니까, 그 어렸을 때란 유치원인지, 국민학교인지를 다닐 무렵, 아무튼 그런 시절이었다.

그 때는 텔레비전이 지금같이 얇고 세련되게 나온 게 아니고, 두툼한 브라운관, 구형 텔레비전의 시절이었다.

그 텔레비전은 아마, '금성'제였을 거고.

그 텔레비전 안에는 부동산 사무실이 보여지고 있었는데, 사무실 외관에 '매매', '전답', '월세' 따위 등의 문구들이 써 있었을 테다.

꼬마 눈에는 다른 단어보다는 유독 '매매'라는 단어가 신기하게 비춰졌다.

그 것은, 단순히 '매'라는 단어가 연속으로 붙어 있는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엄마, '매매'가 뭐야?"


"사고 파는 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히 툭 던진 엄마의 대답은 꼬마의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 했다.

아니, 세상에 어떤 그 큰 건물 덩어리가 사람 호주머니, 지갑 속에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땅덩어리를 떼어서 지갑 속에 넣을 수 있는가?',


'양옥 주택을 접거나 구겨서 슈퍼에 진열해서 팔 수 있는 것인가? 또 그 것을 어떻게 슈퍼 아줌마한테 돈 주고 살 수 있단 말인가? 그 큰 건물 덩어리를 어떻게 들고 갈 수 있단 말인가?',


'땅에 붙어 있는 거대한 부동산 덩어리를 사람들이 사고 판다고? 이해할 수가 없네.'


커가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 것이지만, 건물이나 땅은 가만히 있고, 등기로 소유권을 이전해 주면서 매매가 성사되고, 부동산에서는 안전하게 상호 매매할 수 있도록 매물을 소개해 주고, 계약을 중재한다.

부동산 덩어리를 떼어서 슈퍼에 진열한다던지, 구멍가게에서 아줌마한테 돈을 주고 검은 비닐봉투에 넣어서 들고 가는 것 따위가 아니다.

당시 그 꼬마에게 있어 '사고 파는 것'이란, 오로지 부모님한테 졸라서 용돈을 탄 후, 슈퍼에서 군것질 거리 등을 골라 슈퍼 아줌마한테 돈을 주고 사 먹는 것 뿐이었다.

집은 사람이 들어가 사는 것이지, 땅은 사람이 밟고 다니는 것일 뿐이지, 그 걸 사고 판다는 생각 자체를 해 보지 못 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꼬마의 '꼬마'다운 생각일 따름이다.


요새, 수도권에 집을 구하겠다며 부동산 사장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그에 따라 '매매'라는 단어도 자연스레 많이 접하게 되는데, 그 때 생각이 나더라.

이미 꼬마로 되돌릴 수 없는 어른이, 대답해 준다.


"부동산을 호주머니나 지갑에 넣는 게 아니야. 또, 슈퍼처럼 진열해서 고르는 것도 아니고. 부동산은 가만히 있고, 사람들이 소유권을 이전해 주면서 그 땅이나 건물 안에 드나드는 거지. 너가 이 집을 나한테 1억을 주고 샀다면, 오늘부터 그 집은 네 게 되는 거야. 이런 식이지. 이해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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