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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1. 2023

기업 탐구: 맥도날드 4

2020-12-30 15:38:44

미각적으로 접근했을 적에, 빅 맥 세트는 자극적인 맛의 향연이라 표현하고 싶다.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먹었을 때 느껴 지는 빵과 패티, 야채, 소스의 복합적이면서도 풍성한 맛은 서로 간에 완벽히 조화롭다. 

만일에 여기에 소스가 빠졌다고 상상해 보자. 

이 소스 하나만 빠져도 햄버거는 생동감있는 맛을 상실하게 된다. 

여기에 곁들여 먹는 프렌치 프라이는 또다른 식감과 더불어 후각적인 풍미를 더 하고, 거기에 찍어 먹는 케첩 소스는 다소 심심할 법한 햄버거의 맛을 더한다. 

패티와 프렌치 프라이로 기름진 음식에 개운함과 청량함을 더하는 콜라는, 이 둘에 느낄 수 없는 또다른 맛의 자극과 동시에, 느끼함과 건조함을 해소한다. 

이 세 가지가 서로 간에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혀와 코를 자극하는 향연을 즐기게 된다. 

거기다, 다양한 재료가 쌓여진 채, 한 입 베어 먹고 싶은 햄버거, 빨간 케첩이 찍힌 샛노란 프렌치 프라이,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얼음 조각이 떠 있고, 기포가 올라 오는 콜라. 

잠깐이지만, 시각적으로도 다채로운 재미까지 있다. 


처음 맥도날드 형제는 뭔가 획기적인 요리를 개발하고자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저, 운전하는 손님에게 햄버거를 많이 팔려고 시스템을 고안한 것이다. 

그 당시 미국에서도 햄버거 세트는 새로울 게 전혀 없었다. 

누구에 의해 이런 완벽한 메뉴 조합의 발상을 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맥도날드의 빅 맥 세트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남녀노소의 스테디 셀러이다. 

매장에서 먹을 수도, 포장으로 차 안에서 먹거나, 야외에서 먹을 수 있는 유연한 음식 형태라는 것도 상당한 장점이 되었다. 

햄버거 세트를 제외한 나머지 디저트, 음료, 커피는 그 햄버거 세트를 중심으로 한 파생 메뉴로 고안된 것이라고 봄이 맞겠다. 


사이드 디저트 류는 햄버거 세트와 곁들이기에 좋고, 단독적으로 즐기기에도 좋다. 

이 시대의 다양한 음식 컨텐츠의 홍수 속에서 햄버거 세트 만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고, 도심 속에서 잠시 디저트나 커피를 마시면서 쉬다 갈 수 있는 공간, 군것질 삼아 테이크 아웃, 포장이나 배달로 추가적인 매출을 올리려는 메뉴 구성이다. 

죄다 테이크 아웃이 가능하며, 낱개 씩 저렴하게 판매해서 부담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단순히 디저트 한 개만 먹는 사람들은 흔치 않고, 적어도 햄버거 세트랑 같이, 커피나 다른 디저트 류와 같이 주문하는 확장성도 있다. 


맥도날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현지인의 정서에 맞게 셰이크나 여타 디저트를 판매해서 익숙하지만, 사실, 맥도날드가 커피까지 취급한 것은 그다지 오래지 않다. 

최초의 맥카페는 호주에서 1993 년도에 시작되었고, 국내에 처음 도입된 지는 채 10 년도 되지 않는다. 

2012 년, 당시 션 뉴튼 사장이 도입했으니까 말이다. 

커피 전문점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맛은 아니었지만, 부담없는 가격으로 준수한 품질의 커피를 맛볼 수 있어서, 지금은 맥카페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대중들의 문화적 눈높이가 높아 지고, 거기에 따른 커피 시장이 점점 커지는 데에, 맥도날드는 적절히 잘 흐름을 따랐다고 볼 수 있다. 

맥도날드란 기존의 브랜드가 워낙 햄버거라는 인식이 강해, 기존 대중들에게 과연 햄버거를 만드는 회사가 커피맛이 괜찮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맥카페라는 파생 브랜드는 그래서 탄생한 것이다. 매장 규모가 큰 곳에서는, 별도의 맥카페 코너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잔에 최소 4~5000 원이 넘는 커피 전문 브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면서, 오래 앉아 있어도 직원이 누구도 나가라고 하지도 않는다. 

이 정도면, 앉아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가 크지, 커피는 거의 덤이라고 봐도 좋다. 

그래서, 주로 노인들의 만남 장소로 대화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고, 커피맛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저렴함을 즐기려는 수요층들도 적지 않은 듯 하다. 


너무 저렴해서 부작용도 있다. 

디저트나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몇 시간씩 자리를 차지하는 반 부랑자들이 거부감이 들게 하지만, 점포 측에서는 큰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딱히 제지하거나 보내 지도 않는다. 

심지어, 찜질방 비용 조차 아끼려고, 24 시 매장에 날을 지새거나, 아예 대놓고 자는 이들도 꽤 보았다. 

하지만, 역시 사고만 안 친다면 건드리지 않는다. 

예전에 방송에 나왔던 맥도날드 할머니도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저가 정책으로 더욱 대중적이고 저렴한 맥도날드가 되었지만, 노인, 무숙자나 극빈층들의 집합소가 되어 버린 이미지도 같이 얻게 되었다. 

나같아서도 종로에 자주 들르지만, 맥도날드 종로 3 가점은 결단코 피한다.


패스트 푸드라는 용어의 재해석도 필요하다. 

지금이야 보편화된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이지만, 맥도날드가 조리 시스템의 고안으로 획기적으로 빨리 식사를 제공하는 선구자는 맞지만, 패스트 푸드가 단순히 주문한 음식을 빨리 제공된다는 의미가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현대에, 이 개념을 맥도날드나 여타 다른 햄버거 브랜드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정확한 정의는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주문 후 빨리 나오는 음식이라면, 떡볶이부터 시작해서 미정국수, 무인 기계서 주문하는 쌀국수 가게, 김밥, 샌드위치, 기타 즉석 요리를 취급하는 식당들은 전부 패스트 푸드라 할 수 있겠다. 

더 나아가,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판매하는 편의점이라던가, 빵집도 조금은 억지스럽지만 패스트 푸드가 맞지 않은가. 

과거에 생겨난 개념을 아직도 특정 식당군에 접목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 

당시에는 느리게 나온 음식이 빨리 나와서 패스트 푸드지만, 이제는 조리 기구의 발달로 어떤 음식이든지 패스트 푸드를 만들 수 있다. 

더군다나, 맥도날드의 시그니처 버거는 프리미엄 햄버거라 빨리 나오지도 않는다. 

어떻게 이 걸 패스트 푸드라 부를 수 있을까. 

햄버거는 곧 패스트 푸드란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햄버거 레스토랑이라던가, 버거밀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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