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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1. 2023

기업 탐구: 맥도날드 6

2020-12-30 15:40:58

비 윤리적인 환경에서 사육을 하고 도축을 하는 것도 이와 같다. 

열악한 환경에서 변변한 지원도 없이, 제한된 인력과 환경에서 공급량은 맞춰야 하는데, 도대체 어떤 여유있는 농장주가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 

그들이 동물을 학대해야겠다는 포악한 심성으로 그런 것인가? 

사실, 그들 스스로 손수 키우면서 가축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고 좋지 않은 느낌은 더 할 것이다. 

어찌 그들도 그런 최소한의 연민도 없겠는가. 

실컷 고기를 싸게 먹으면서, 그들의 수고는 생각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악덕 업자 취급을 하는 것은 절대 사람된 도리가 아니다. 

한 번 쯤은 축사주와 맥도날드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가져 보자.  


해피밀 주문 시, 증정하는 장난감이 상술이라는 부분도 보자. 

한 끼 식사도 하고, 장난감도 가질 수 있고, 얼마나 좋은가. 

아이들은 그 나이에 해피밀 아니어도 뭐라도 가지고 놀 판이다. 

비싼 장난감 구입비도 아끼고, 해피밀 세트도 먹고, 얼마나 좋은가. 

메뉴판과 다르게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준다는 장난감을 안 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인기 좋은 장난감은 순식간에 품절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맥도날드 해피밀이 잘 팔려서 배라도 아픈가. 

보통, 기업들의 상술에 그동안 구매자들이 당한 것도 사실이다. 

그에 따른 경계심도 있을 법 하다. 

하지만, 그 것은 상술에 내가 당할 때가 문제이지, 내가 상술에 말려 들지 않거나, 도리어, 내가 상술을 역이용하면, 기업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체리 피커'란 단어도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가. 


위생에 관해서도 맥도날드는 항상 고초를 겪어 왔다. 

여러 이슈를 다 논할 수는 없고, 가장 최근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용혈성 요독증후군 사건이다. 

일명 햄버거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맥도날드에서 설익은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고 신장 기능에 이상이 오는 질병에 걸린 아이의 부모가 맥도날드를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내가 맥도날드에 일해 본 적은 없고, 대신, 몇몇 대기업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일해 봤다. 

공통적으로 위생에 관해서는 아주 엄격하다 못 해, 이럴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이다. 

조리실이나 조리기구를 만질 때마다 매 번 손을 씻기게 하고, 서빙하는 직원은 함부로 주방에 들어 갈 수도 없다. 

유통기한을 거의 매일 확인하다 시피 하며, 단 1초라도 지난 것은, 다른 직원이나 책임자가 보는 앞에서 즉각 폐시기키고, 심지어 조만간 지날 것 같은 식재료는 미리 폐시기켜 버리기도 한다. 

원가가 얼마던, 그 양이 얼마가 됐던, 아예 뜯어 보지도 않은 식재료도 아깝다는 표정도 없이 미련없이 버려 버린다. 


냉장, 냉동고의 온도가 떨어 지지는 않았는 지, 설거지를 마친 식기나 컵에 미처 설거지가 안 된 것은 없는 지도 확인한다. 

이 외에도 여러 조항들이 많다. 

설거지 기계의 문을 열어 놔도 잔소리하기 일쑤였다. 

당국에서 하는 위생 검사도 모자라, 그에 대비한 자체적인 위생 검사를 한다. 

다른 점포나, 본사 직원이 불시에 방문하는 것이다. 


맥도날드도 뻔하다. 바로 이런 사고가 터졌을 적에, 맥도날드 전체가 여론의 엄청난 공격을 받을 것을 알기에, 절대 자유로울 수가 없다. 

맥도날드가 매장 하나 내서 몇 달 장사하고 말 기업인가? 

요식업을 운영하는 모든 기업들이 절대 안이한 위생 관리를 할래야 할 수도 없다. 

레시피 매뉴얼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각도의 실험과 전문가들이 모여서 고안한 시스템과 조리법이다. 

맛보다 엄격한 개념이 위생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믿어도 좋다. 

물론, 맥도날드라고 해서 그 큰 몸집에 새지 않는 구멍이 안 생기기란 어려운 법이다.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를 한다고 해도, 신입 사원의 미숙함이나 확률적으로 발생하기 힘든 실수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번에 이슈가 되었던 햄버거병 사태가 아이의 질병 유발에 뚜렷한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아이가 걸린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잠복기가 존재하고, 아이가 햄버거를 섭취한 시기는 거의 먹고 나서 얼마 안 가서이다. 

더군다나, 아이의 부모는 한창 유사 질병이 유행 중인 오키나와에 방문한 점이 인과적으로 자연스럽다. 

물론, 그 점을 단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해당 질병이 다양한 섭취를 원인으로 유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하는데, 햄버거 섭취가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이의 부모 측에서 맥도날드가 잘못된 조리를 했다는 주장 또한 추상적이고 피해의식에 근거한 막연한 추측 뿐이다. 

이 것이 법원에서의 판단이고, 난 이것이 맞다고 본다. 

또, 이 사건으로 여러 전문가들이 맥도날드 햄버거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찾고자 했으나,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아이를 가진 부모의 심정을 어찌 다 이루 헤어리겠냐마는, 그렇다고 엉뚱한 곳에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우리한테는 잘못된 관념이 형성돼 있는데, 항상 소비자는 약자이고, 대기업은 돈이 많고, 가해자니까 보상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관념이 뿌리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아이의 부모는 고소하기 쉽다. 

사회에서도 늘 그 게 자연스러운 그림이었고, 마땅하다고 받아 드리고 있다. 

기업은 억울함을 호소해 보지만, 항상 원죄가 있어서 항변이 잘 먹히지 않는다. 

물론, 개 중에는 기업 측의 문제가 있는 케이스도 많다. 


어쨌든, 이 사건은 지리한 법적 싸움으로 혐의는 벗었지만, 이미 브랜드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앞으로 이와 같은 유사한 사건이 터지면, 언제든 수면 위로 떠 올라서 맥도날드의 목을 조를 것이다. 

그래도 올 사람들은 왔겠지만, 세간에서 떠들어 대는 질병의 이미지가 맥도날드를 연상시켜, 꺼림직해서 안 가고 싶어 했을 것이다. 

물론, 만의 하나의 확률로 모험하고 싶지 않는 심정도 이해한다. 

기업은 자체적인 법무팀과 유명 변호사로 맞선다 해도, 그 호화 변호인단이 판사를 설득시킬 순 있어도, 대중들을 설득시키진 못 한다. 

반면, 고소인은 기존에 형성된 피해자의 이미지로 대중들을 업고 소송에 임한다. 

그로 인해 소송과 별도로 여론으로 기업을 때려, 무죄를 유죄로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거액의 합의금을 챙길 수 있다. 


맥도날드 또한 억울하지만, 꼿꼿하게 보상을 거절한다기 보다는, 기업 이미지와 실적을 고려해서,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합의를 해 준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뒷 맛은 개운치 않다. 

보상금이 문제가 아니라, 보상금을 줬다는 것 자체가, 불찰을 인정하고, 무죄 판결이 퇴색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차악으로 보상을 해 주는 것이 그래도 나은 선택이라고 결정한 모양이다. 

법적으로는 무죄라서 보상 의무가 없음에도, 그래도 보상을 해 주는, 참 이상한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당시 한국 맥도날드 조주연 대표는, 국정감사까지 불려 가서 추궁을 당하는 등의 고초를 겪었고, 회사 뿐 아니라, 본인 커리어에 가장 큰 오점으로 남을 듯 하다. 

이런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장담컨대, 맥도날드의 위생 관리는 호텔 레스토랑 못지 않은, 아니 더 엄격한 위생 관리를 하고 있다. 

믿고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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