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논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속선 Jul 11. 2023

기업 탐구: 맥도날드 8

2020-12-30 15:43:39

여러 브랜드가 난립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 판도에, 맥도날드가 껴 있는 형국은 여러 모로 뚜렷한 강점이 없이 애매하다. 

당장 코 앞의 경쟁사인 롯데리아, KFC, 버거킹과 품질이 아닌, 프로모션과 가격 출혈 경쟁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판이다. 

이제는 국내 브랜드인 맘스터치까지 껴 들었다. 

이 쟁쟁한 경쟁사에 대응하기 위한 것과, 정크 푸드의 이미지를 탈피한 프리미엄 햄버거, 수제 버거와 비교되기 시작하면서 내놓은 파생 브랜드가, 바로 시그니처 버거인 것인데, 좋은 재료로 엄선을 하고, 직원이 서빙까지 해 주는 고급스런 이미지였다. 

또, 출시 초기에는 메뉴도 다양했으며, 주문 시에 자신이 원하는 재료와 양을 선택할 수있었다. 

포크와 나이프가 제공되고, 프렌치 프라이는 저렴한 종이 주머니가 아닌, 스텐레스 망 그릇에 담겨 나왔다. 

가격은 비싸지만, 호응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결국은 표준적인 메뉴를 선택하게 마련이고, 좋다고는 하지만, 누가 패스트 푸드를 그 돈 주고 사 먹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상당했다. 

그 정도 가격이면, 제대로 된 수제 버거 레스토랑을 간다는 이유도 적지 않았다. 

현재는, 시그니처 버거는 가격을 약간 인하하고, 딱 두 가지 메뉴만 메뉴판 한 켠에 주문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시그니처 버거 출시로, 갈 수록 고조되는 웰-빙 트렌드와 고급 햄버거 트렌드와 수익성을 노리던 계획은 실패했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반면, 세트로 환산했을 때 가격이 거의 배에 달하는 셰이크 섁 버거는 유례가 없는 초 대박을 쳤다. 

컨텐츠만 놓고 봤을 적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햄버거는 도리어 시그니처 버거가 더 낫다고 볼 수 있었고, 프렌치 프라이도 마트에서 파는 것으로,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탄산 음료가 아닌 셰이크가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셰이크는 맥도날드에서도 이미 판매하는 메뉴여서 이 두 브랜드를 곧잘 비교가 되었다. 

어째서, 이렇게 상반된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셰이크 섁 버거는 애초부터 태생이 프리미엄 이미지로 출시가 되었다. 

셰이크 섁 버거가 기존 시장의 햄버거 브랜드들의 품질적 한계, 정크 푸드 이미지를 뛰어 넘는 신선함으로 다가 왔기 때문이다. 

건강한 재료로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평범한 듯 하지만 가격을 납득할 만 한 햄버거 품질과 더욱 도시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완벽한 차별화를 보여 줬다. 

그에 반해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는, 저가 브랜드에서 파생된 브랜드라는, 애초부터 이미지 메이킹에 한계가 있었다. 

좋은 식재료, 기존의 단촐한 플라스틱 트레이에 제공되던 것도, 변변한 트레이와 식기에 포장돼 나오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기존 맥도날드 매장 안에서의 식사였고, 프렌치 프라이와 콜라 또한 다를 바가 없는 식상함이었다. 

대중들은 이러 불완전함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느낄 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가격 또한 망설여 졌다. 

기존의 싸게 먹는 수요층도 비싸게 느껴 지고, 프리미엄을 찾는 구매력 있는 수요층도 이러한 불완전함, 어디까지나 잘 나오는 맥도날드라는 한계에 실망했을 것이다. 

이러한 애매함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 가자면, 맥도날드가 여전히 햄버거 시장 내에서 종가 노릇을 할 수는 있겠지만, 대등한 경쟁자들과 차별화가 없기 때문에 출혈 경쟁을 해야 하고, 햄버거의 새로운 트렌드인 고급화 전략도, 시그니처 버거의 대중화 실패로, 프리미엄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없이 저가 시장에서만 안주해야 하는 형국이다.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저 시급 만 원 공략이 실현될 날이 머지 않았다. 

현재 임금도 부담스러운 와중에, 이는 지속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도입한 키오스크 시스템으로 인력 감축을 하긴 했지만, 더 이상의 상시 인력의 감축 여지는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아르바이트 인권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항상 어떤 기업보다 맥도날드는 괴롭힘을 당해야 한다. 

아르바이트 뿐이 아니고, 아까도 설명한 햄버거 병, 맥도날드는 건강 악화의 주범, 육류와 관련한 윤리 문제, 여러 이슈들이 항상 잠재적으로 맥도날드를 치기 위해 망치를 들고 있다는 것에 긴장하고 있다. 

현, 경영자부터, 차후 누가 되더라도 이 이슈를 어떻게 대응해서 방어하는 지가 이들의 시험지가 될 것이다. 


저가 커피로 그나마 떠돌이 수요층을 유입시켰지만, 마진이 박한 것은 사실이다. 

저렴한 햄버거의 이미지가 강해, 프리미엄 카페 브랜드로 강화시키는 것도 영 녹록치 않아 보인다. 

스타벅스 리저브처럼 기존 메뉴를 놔두고 확장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거기다, 좌석을 고급화해서 디지털 노마드 족, 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끌어 들여서, 전문 카페 브랜드 시장에 진출할 여지도 있겠다. 

그러나, 기존 저가 메뉴를 구매한 손님이 좌석을 장시간 차지해 버리는 부작용을 고려하면, 여러 모로 골치가 아프다. 

그래서 매장 내에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드문 것이다.

테이블이 겨우 한 사람 트레이를 놓을 수 있는 크기에다, 의자는 바 테이블 식으로 높게, 편하게 등을 기댈 수 있는 등받이도 없게끔 해 놨다. 이는 무엇인가. 

저가 디저트나 커피를 시켜 놓고 장시간 있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나마 앉을 만 한 곳은, 자리가 창가석에서 떨어진, 다소 구석진 곳에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업 탐구: 맥도날드 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