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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1. 2023

기업 탐구: 맥도날드 9

2020-12-30 15:44:24

내친 김에 조금 더 다루자면, 창가석에는 콘센트가 없다. 

아까 언급한, 불편하고 비좁은 1인석에 한 구만 있다. 

여타 다른 곳처럼 가정에 쓰이는 콘센트를 테이블 벽면 하단에 놓지 않는다. 

테이블 상판에 타공을 해서 내었다. 

이는, 콘센트를 활용을 하되, 장시간은 곤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6인 내지는 8인의 단체석도 존재하지만, 마찬가지로 편한 좌석은 아니다. 바 형식이다. 

장기간 체류하면서 추가적인 매출을 꾀할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보다 빨리 보내서 빈 자리를 내서, 다음 손님이 체류해서 또 보낼 수 있게끔 회전을 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디저트와 맥커피를 강화하면서, 차츰 신규 매장이나, 주요 매장을 이런 식으로 다시 인테리어 시공했다. 


다시 맥카페로 돌아 오자면, 어디까지나 맥카페는 파생 브랜드의 한계가 있다. 

까다로운 입지 선정도 이제는 재고해야 할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숨은 맛집을 스마트폰, 인터넷 검색으로 골목골목을 비집고 들어 가거나, 지방이나 비행기를 타는 것도 불사하는 시대이다. 

그 식당이 후미진 곳에 간판이 얼마나 낡았는 지, 임대료가 비싼 지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틀에 박힌 맛과 요리가 아닌, 개성있으면서도 요리사의 실력이 십분 발휘된 음식을 원하는 것이다. 

실력있는 식당은, 저렴한 월세에 얼마든지 노른자 입지의 식당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 

이런 세태에도 맥도날드는 과연, 고 임대료 부담을 끌어 안으면서까지 노른자 입지를 고수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심이 클 것이다. 

이제는 대로변의 코너가 아닌, 거기서 살짝 벗어난 B급의 이면 골목이나 상권이 적합할 듯 싶다. 

접근성도 나쁘지 않고, 맥도날드 매장을 검색하면 얼마든지 찾아 갈 수도 있고, 딜리버리 수요도 A급과 큰 차이도 없을 것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 한다면, 차선책으로 리스크라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맥도날드의 고심을 고스란히 다 보여준 경영자가, 조주연 전임 사장이었다. 


그가 취임하자 마자, 마진이 박한 메뉴부터 칼을 대고, 맥도날드 매각설이 한창 돌기 시작했다. 

당사는 당연히 부인했다. 

매물로 나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매매 교섭에도 좋지 않고, 가치가 떨어진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 때문이다. 

국내 몇몇 기업이 인수할 거란 설이 돌았으나, 맥도날드가 요구하는 조건이 워낙 까다롭고, 매각가도 비싼 터라 결국 누구에게도 인수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맥도날드가 추구하는 브랜드 전략에 반한다던가, 핵심적인 시스템에 임의로 손을 대게 하면, 브랜드 정체성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점원의 근무요령과 레시피의 매뉴얼을 만들어서 숙지시키고, 프랜차이즈 점포의 토지를 사서 점주를 컨트롤 회사인데 오죽하겠는가. 


매각이 결렬된 후, 예정된 행보인 지는 모르겠으나, 직영점을 줄폐점을 시키기 시작했다. 

임대료 부담이 크거나, 다른 이유로 수익성이 부진한 점포는 정리한 것이다. 

수익이 약한 매장을 정리하는 것은, 항상 진행되는 일인데, 유독 이 시기에만 주목하느냐면서 항변을 하는데, 이는 매각과 수익 개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매물로 내 놓을 때는, 점포를 확장한다고 하더니, 결렬되니까 줄이냐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가격 인상에 인심을 잃고, 햄버거 병까지 터져서, 맥도날드는 이미지적으로 이중 삼중고를 겪었다. 

조주연 대표가 선임된 주 목적은, 매각과 관련해서는 현지인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레 해 본다. 

물론, 외국인 경영자라 해서 전문 대리인이 있으니, 매각이 안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국내 기업에게 매각하려면, 같은 자국인과 의사소통에 좋을 것이라고 관측한 듯 하다. 

허나, 조주연 대표는 가장 중요한 임무인 매각을 성사시키지도 못 하고, 임기를 채우지 못 한 채 사임했다. 

수익성을 어느 정도 개선한 것이 그나마의 성과였다. 

맥도날드 단골로부터 욕은 많이 먹었지만 말이다. 

상징적인 종로 관훈점, 종로 2 가점, 신촌점도 다 이 시기에 폐점되었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던 곳인데, 참 안타깝지만, 기업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앤토니 마르티네즈 신임 사장이 취임하였는데, 어떤 행보를 보여 줄 지 주목해 볼 만 하다. 

미제의 묵직한 숙제를 안고 취임한 신임 사장이 숨을 고를 시간이 언제인 지 모르겠다. 

취임사에 미래의 경험을 위시한, 배달과 디지털을 새로운 트렌드 아이템으로 내 놓을 것이라는데, 지켜 봐야겠다. 

과열되는 배달 시장 속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배달 주문이 많을 수록, 라이더들의 안전 사고 문제와 처우에 대한 악재의 발발 확률이 커지는 것도 고심할 문제이다. 

우선은, 여러 악재를 겪고 상처 투성이인 한국 맥도날드를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세계로 눈을 돌렸을 때, 신규 진출하는 중, 후진국이야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의 포화된 시장 속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시장 자체를 위협하는 다른 업계의 성장 또한 압박이 무겁고, 변화하는 젊은 트렌드를 따라 가면서 품질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뿐더러, 고질적인 악재에 대한 리스크도 여전하다. 

이러한 갑갑한 상황에서 맥도날드가 생살을 뜯는 독한 개혁을 감내하지 않는 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란 제법 쉽지 않아 보인다. 

이대로 난제를 해쳐 나가지 못 한다면, 맥도날드 형제가 레이 크록에게 했던 말처럼, 지는 석양이 비추는 매장을 바라 보며, 가족들과 단란하게 저녁을 맞이해야 할 날이 정말 올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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