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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1. 2023

기업 탐구: 애플의 A/S 정책, 그리고 기업 전망 3

2020-12-30 15:51:16

애플 코리아의 새 대표로 취임한 피터 덴우드를 주목하자. 

이 자의 이력은 세계 여러 국가의 기업들의 법률, 세금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그 것은 무엇인가?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파는 것만으로 수익 극대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법의 헛점을 파고 들거나, 당국과 행정소송을 통해서 세금을 아낀다거나, 당국의 회계 감시에 대해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응수책인 것이다. 

애플은 글로벌 기업이다. 

국내 기업과 동일선에 올려 놓고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애플의 까다로운 A/S 정책이 유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느 한 정책이 구멍이 뚫리면, 그 구멍은 점점 커져, 대중들이 전부 비집고 들어 갈 만한 크기가 된다. 

이 구멍이 생기지 않게, 철벽을 쌓아야 한다. 

이 철벽을 뚫지 못 하면, 다른 대중들도 자포자기할 테니까. 

이러한 태세가 계속 된다면, 대중들도 애플은 항상 그래 왔다는 식으로 받아 드리고, 더는 문제 제기 조차 않을 것이다. 

반면, A/S 정책이 관대한 국가는, 아직 애플의 브랜드 파워보다, 대중들이 파워가 더 강하거나, 아직 애플의 가치가 고평가 받지 못 한 국가이기 떄문일 것이다. 

애플의 맛을 들이게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비싸고, 고압적으로 굴면, 외면할 테니까 말이다. 

맛을 들이게 한 다음에 사방으로 철벽을 쳐야 한다. 

이 게 애플의 전략인 것이다. 

이렇게 해야 수리비를 최대한 아낄 수 있다. 

한 번 뚫린 구멍은, 다시 막기가 어렵다. 


한 번쯤 접한 기사일 텐데, 스마트폰 점유율에서는 애플이 삼성한테 밀리는데, 실제 수익율에서는 압도한 것으로 알려 졌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나? 

애플이 고수하는 고가 정책이 먹혔다는 것이다. 

비싸도 사 주는 사람들이 있다. 

구매자가 가치를 인정한다. 

아무리 비싸다고 손가락질하면서도 사는 것이다. 

애초부터 안 살 사람들은 애플이 얼마에 내 놓던지, 관심이 없다. 

그래서 욕도 안 한다. 

사고는 싶은데, 사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니까 욕을 하는 것이다. 

고가정책이 충분히 성공했으므로, 다음 차기 아이폰도 프리미엄 라인을 더욱 확대해서 내 놓을 게 분명하다. 


애플은 스마트폰 단면만 봤을 적에, 시장을 장악한 회사는 분명히 아니다. 

시장 점유율을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는 완벽히 맞다. 

애플이 신제품을 내 놓으면, 타사들은 거기에 맞춰 따라 가야만 한다. 

제조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술 연구력과 기획력이 없어서다. 

애플은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에 상품의 컨셉을 잡아서 기획할 수 있다. 

이 것은 미적으로 나타나지만, 무형적 가치가 된다. 

이 것이 애플만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강점이다. 

이 핵심이 있기 때문에, 비싸도 팔린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 든 지 오래이다. 

이제 고성능은 기본이다. 

차별화가 필요하다. 

그래도 애플과 스마트폰으로 견줄 수 있는 기업이 삼성이다. 

삼성은 프리미엄, 고성능 스마트폰의 최고봉이자, 브랜드 파워도 있지만, 애플이 가진 아이덴티티를 위협할 수는 없다. 

애플을 쓰지 않는 이용자들이 자연스레 눈을 돌리는 브랜드가 삼성이다. 

애플처럼 까다로울 필요도 없고, 호환이 안 돼서 불편한 점도 없다. 

A/S도 수월한 편이다. 

애플에 발을 들여 놓지 못 한 이탈자들에게는 삼성이 차선책인 것이다. 

삼성이 애플의 이탈자를 흡수할 수는 있지만, 당장 애플을 위협할 수는 없다. 

삼성이 애플을 위협하려면, 삼성만의 기업철학, 제품철학, 아이덴티티부터 정립해야 한다. 

정신 가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만고만하게 잘 만드는 것은 중국 브랜드도 이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누라 자식빼고 다 바꾸라는 빛바랜 이건희 회장 시대의 일갈, 제품 본연의 품질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 철학만으로는 애플을 위협할 수 없다. 

품질이 좋은 건 애플도 기본이기 때문이다. 


삼성에게는 새로운 일갈이 필요하다. 

기업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유형의 하드웨어와 무형의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융합이 필요하다. 

대중들은 왜 평범한 전화기를 비싸게 주고 사냐고 묻지만, 애플 구매자들은 바로 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체감에 매료돼서 사는 것이다. 

애플이 아닌 제품들의 최고봉이 삼성이 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것은 흔한 스마트폰 제품의 범주를 벗어 날 수는 없는 것이다. 

애플의 흉내를 내라는 것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선도적인 기획, 연구자였지, 전문 경영인이 아니었다. 

이따금, 회사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는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자신의 본 위치로 돌아 왔다. 

그 것이 지금의 애플을 만든 것이다. 


반면, 삼성은 어떠한가? 

세탁기, 자동차(지금은 매각했지만), 전화기, 배, 국수, 설탕, 섬유, 금융, 대한민국 근 현대사에 상당한 발전을 이룩한 기업은 맞지만,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애플처럼 한 분야에 독보적인 혁신과 성장을 이룬 것은 아니다. 

삼성이 만드는 제품 중,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 정도 값을 치룬다면, 다른 선택지가 얼마든지 존재한다. 

애초부터 삼성은 기업을 외형적으로 확장시키고,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댔다. 

자연스레 한 분야의 깊이에 들어 가기가 어렵다. 

질적 성장이 아닌, 외형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수월하고 빠른 조건이 뭐냐면, 모방이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는 과거 8~90년대, 어쩌면 그 이전부터일 지 모르겠지만, 일본 전자제품을 뜯고 분해해서 모방하기 시작했다. 

자체적인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그렇게 기술력을 키우고, 성장했던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일본의 즐비한 전자제품 기업들은 도산하거나, 매각됐다. 

아이와, 파나소닉, 산요, 도시바, 대표적인 소니는 겨우 카메라 제품군으로 명맥을 유지하기 급급하다. 

이제는, 국산 LG, 삼성 가전을 사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삼성의 발전 상을 보면, 국내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손을 대면서 외형적 성장을 이룬 것은 맞지만,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기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규모 기업 집단에는 당연히 전문 경영인이 필요한 것이다. 

현 이재용 부회장이 잡스가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애플 또한 잡스 혼자서 이룩할 수 없었다. 

잡스가 아이디어를 내면, 엔지니어와 기술적인 협의가 필요했고, 설계가 나오면 제조할 수 있는 공장설비가 필요했고, 운영을 해야 하는 경영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삼성이 현 시점에서 안드로이드 계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로 만족하고자 한다면, 지금처럼 제품을 만들어도 나쁠 게 없을 것이다. 

후발 주자가 신경쓰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진정 애플과 맞수가 되려고 한다면, 삼성에도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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