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되었다.
2024년 12월이 너무 괴로웠고, 그래서인지 너무 길게 느껴졌다. 지긋지긋한 2024년이 빨리 지나가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2024년 마지막 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게 지난 한 해는 참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 볼 수 있었던 귀한 한 해였다. 다른 사람들한테 구체적으로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 기억들이 12월 한 달 동안 몰아닥치는 뉴스들 때문에 희미해질 뻔했다. 그런 생각이 드니 더욱 화가 났다. 나의 시간들을 잘 복기해서 붙들어놔야겠다고 다짐했다.
심란한 연말, 마지막 영화로 선택한 것은 ‘이토록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의 원작 소설을 인상 깊게 읽었던지라 조금 멀지만 이대 안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까지 찾아가서 관람하였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석탄이 묻은 듯 어두운 색감에 주인공의 고뇌와 망설이는 표정과 행동들을 보면서 나 역시 긴장감에 몸에 힘이 들어갔다. 게다가 영화관도 난방이 잘 안 되는지 체감되는 온도까지 낮아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따뜻한 영화 같은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물론 그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소설로 읽을 때 상상했던 것보다 실제 영상화된 것이 훨씬 어둡고 쓸쓸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 주인공의 표정을 보면서 2024년의 마지막 영화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 커다란 오징어게임 2 광고판이 보였다. 동행과 대화를 나누다 문득 내가 오징어게임을 보지 않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복잡하고 집요한 인간의 ‘악함’ 보다는 고뇌하고 주저하더라도 결국에는 드러나는 인간의 ‘선함’에 주목하는 이야기가 요즘의 나에게는 필요하다.
2025년을 시작하는 첫날,
영화 ‘하얼빈’과 책 ‘아무튼, 데모’를 보았다. 책에서 읽은 구절이 지금의 내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지치고 힘들어도,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다. 투쟁.” - 정보라, ‘아무튼 데모’, 위고(2024),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