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물방울] 현실 도피처

by Alisha

어디선가 의사의 진단을 접했던 기억이 있다. 잠을 유난히 많이 자는 아이들은 현실을 피하고 싶어 잠을 자는 것이라고 그래서 평상시 잠을 청하는 시간보다 유난히 길고 무기력해 보일 수 있다고..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건 내가 평상시에 화가 나거나 어쩌지 못하겠는 순간 쓰는 방법이라는 것을 화가 나 풀지 못하고 잠을 청하면 시간도 지났거니와 누그러든 감정과 마주할 수 있어 내가 대쳐 하기 편했고 감정에 휘말리는 일들을 줄일 수 있기에 썼던 방법인 것 같다.

요 며칠 나는 잠을 청하고 싶었다.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깊은 늪으로 끌고 가 발목에서 시작해 점점 몸부림칠수록 나를 삼키고 있어 주변의 가지를 잡고 일어나려 할수록 집어삼킨다. 어떤 순간은 그 늪에 머리까지 잠겨봐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하지만... 마치 해리 포터의 마법의 체스판 전에 있던 뿌리 늪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막상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눈앞에 나를 집어삼키는 무서운 것들만 보이기에 도망치고 싶은.... 회사도.. 가족들 문제도... 연애 문제도 이제 그만 나와 관계없는 걸로 미뤄두고 싶다. 나무에 가지를 치기를 하듯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잡아두는 것 같은 느낌에 답답하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 그래서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잠을 쫓아 귀에 음악의 길을 열어두고 편안하게 침대 이불 위로 누워 스며 들어간다. 다시 현실로 못 올지도 모르는 길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 물방울] 간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