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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릭아낙 Jul 03. 2016

베니스를 닮은 그리스의 도시,  나프플리오

최초의 현대 그리스의 수도

코린토스 운하(Corinth Canal, 그리스어로 Διώρυγα της Κορίνθου)

한국외대 그리스어학과 학생들이 다녀 간 걸까? 많은 자물쇠 중 내 눈을 사로잡은 "한국외대 만리행" 타지에서는 어디에서든 한국어를 보면 참 반갑다.

멀리 파나마에서 온 '파트리시아(왼쪽 사진)'와 아라호바에서도 함께였던 이탈리아 소녀 '클라우디아'와 함께


차를 타고 그리스를 여행할 땐 수다를 떨 수가 없다. 한시도 창문 밖 풍경에 눈을 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차 하는 순간 하마터면 '코린토스 운하'를 놓칠 뻔했다. <꽃보다 할배>에서 배우 최지우와 할배들이 함께 버스를 타고 여행한 곳으로 열렬한 애청자였던 내가 이 곳을 놓칠 리 없다. 정말 어마어마한 높이(63m)에 자로 잘라 놓은 듯한 운하는 이걸 과연 사람의 힘으로 해냈다는 게 놀랍다. 수많은 사람(노예)들이 투입되어 2,000여 년이 넘게 에게해와 사로닉만을 연결하기 위한 노력과 그 역사를 앞에 두 발을 놓고 서 있는 자체만으로도 흥분 그 자체였다.


나프플리오에 위치한 팔라미디 요새

나프플리오(Nafplio, 그리스어Ναύπλιο, 그리스에서 υ는 영어의 'i' 발음인데 α알파와 만나면 '프 f'발음으로 읽는다)로 에 가는 길이다. 나프플리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 이전의 현대 그리스의 최초 수도였던 곳이다. 오토만(터키)으로부터 400년간 지배를 받다가 1825년에 독립을 하였는데, 독립운동이 시작된 1821년부터 1834년까지 그리스의 수도였다. 나프플리오에 도착하자마자 저 멀리 팔라미디 요새가 보인다. 팔라미디 요새는 1714년에 베네시안 왕국에 의해 3년 만에 건설되었다. 이 요새는 그리스의 베네시안 건물 중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  오토만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는 팔라미디 요새가 1926년까지 감옥으로도 사용된 바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높아 보이는 이 곳에 올라가잔다. 팔라미디 요새까지 올라가는데 분명 800에서 900사이의 계단이라고 했는데, 같이 간 친구의 말에 의하면 1,000계단이라고 한다. 본인이 셌다며 확실하다고 한다. 900계단이든 1,000계단이든 왜 다들 저곳에 그렇게 올라가고 싶어 하는 걸까. 나는 마을 곳곳을 누비며 꽃과 조화로운 나프플리오 건물도 보고 싶고, 이 곳에서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젤라토도 먹고 싶고, 여유롭게 마을을 걸어 다니고 싶은데. 굳이 나와 함께 저곳에 올라가야겠다며 무거운 내 가방까지 자처하며 들어준다. 거절할 수가 없다. 무섭게 헉헉거리며 올라간다. 그러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고 마주한 나프플리오 해변과 마을 전경. 와우.

 

팔라미디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내려다 본 나프플리오

올라가는 길에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보인다. 아빠와 두 아들이 씩씩하게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그 길에 필자를 보며 "어? 한국인 같은데, 아닌가?" 한다. 붉게 탄 나의 피부를 보면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생기나 보다. 아빠가 영어로 말을 건다. "여기 입장료를 내야 하는군요. 우리는 지갑을 안가져 와서 다시 돌아갑니다." 더듬더듬 이야기하시지만, 영어가 꽤 유창하시다. 한두 번 여행을 다닌 솜씨가 아니신 것 같다. 반갑게 인사하고 싶었지만 안 그래도 지체한 시간을 더 지체할 수가 없어 친구들과 걸음을 재촉한다.


주홍빛 드레스로 갈아입고 친구들과 한 컷

힘들게 오른 산 정상에 도착한 듯 뛸 듯이 기쁘다. 눈 앞에 펼쳐지는 나프플리오의 전경. 여기까지 오는데 땀이 비 오듯 흘러 챙겨 온 주홍색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친구들은 요새를 더 둘러보고자 한다. 난 (친구 말에 따라) 1,000계단을 오르는 목적 달성을 했으니 이제 그만 하산. 아, 후들거리는 내 다리를 붙잡고 앉고 싶지만 나프플리오의 시내는 얼마나 멋질지 봐야 하니까 그리고 그토록 맛보고 싶던 나프플리오 망고 젤라토를 맛보기 위해 있는 힘껏 속도를 내본다. 사진작가로 보이는 한 신사가 나프플리오 풍경을 찍고 있는 것 같다. 어라? 카메라가 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은 뭐지? 홍홍홍 신사가 나를 찍고 있다. 천천히 사뿐히 걸어야겠다. 신사를 위해. 어디서 우연히 인터넷에 '나프플리오의 여인'이라는 제목에 주홍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람의 사진이 보인다면 그건 필자일지도 모른다. 드디어 도착했다. 나프플리오 시내. 망고 젤라토, 망고 젤라토를 찾자. 1,000계단을 오른 성취를 달콤한 망고 젤라토로 보상받으리라.  


망고 젤라토 찾아 나선 길. 나프플리오 시내의 가게 간판이 참 소소하다. 한국의 형형색색 제 멋대로인 간판들을 보다가 소박한 간판을 보고 있자니 내 두 눈이 정말 편안하다.


나프플리오 시내를 걷고 있자니 크레타섬의 하냐 시내와 문득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왠지 하냐보다 이곳이 더 맘에 든다. 관광객이 없어서 참 좋다. 어떤 골목은 내가 주인인 듯했다. 한 골목에서는 혼자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아마 머지않아 이 곳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그땐 혼자 한번 와봐야지. 버스 타고. 큰 시아주버님은 이곳에 4명의 다른 여자친구와 네 번 다녀갔다고 하니, 그리스 연인에게도 인기 만점인 관광지이나 필자에겐 혼자 걷는 느낌이 훨씬 좋았던 나프 플리오 시내이다.  


아, 그토록 찾아다닌 망고 젤라토. 값도 참 싸다. 1.5유로. 다른 그리스 도시에 가면 훨씬 비싼데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싼 이유가 뭘까? 프레도 카푸치노와 물 0.5리터를 사는데도 2유로 밖에 들지 않았다! 나프플리오,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제 맛 좋은 망고 젤라토를 들고 바닷가로 향한다.


카메라도 무거운 가방도 내려놓고 나프플리오를 감상한다. 이른 아침부터 걷기만 했더니 뱃살이 쏙 사라진 것 같다. 이제 집에 가서 알이 밴 내 종아리에 라끼를 바르고 자야겠다.


Αντίο! Ναύπλιο! Τα λέμε! (안녕! 나프플리오.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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