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룬다누 브라탄 사원. 고산지역이라 그런지 민소매를 입고 갔다가는 추워서 혼쭐난다. 가는 길에 하늘이 흐려지고 바람이 거세진다. 아무래도 비가 내릴 것 같은데. 비 내리는 발리도 멋지겠지.
많은 아름다운 사원을 많이 봐서 그런지 호수에 둘러싸인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큰 감명이 없었다. 어쩌면 날씨 탓일 수도 있다. 햇볕이 쨍쨍 했다면 사원의 빛깔이 더 정갈하게 살아났을 테니까 말이다.
이곳까지 운전해준 기사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발리 전역에서 많은 힌두교인들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발리 의상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의 입장이 금지된 사원 안에서는 힌두교인들이 두 손을 모아 이마에 대고 기도를 드린다. 이 두 손을 모은 자세는 발리에서 인사를 할 때도 자주 볼 수 있다. 이 모습을 본떠서 매년 있는 힌두 행사 때 도로마다 가로수처럼 장식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방문한 주가 바로 힌두교에서 큰 행사를 한 다음 주여서 여행 곳곳마다 볼 수 있었다.
매일 아침 힌두교인들은 집안의 모든 곳곳과 차, 오토바이, 가족 사원 등에 신에게 바치는 공물(offering)을 올리며 기도를 드린다. 집 앞에 설치된 이 가로수에도 공물과 향을 함께 피우는데 그 향이 발리 전역에 풍긴다. 그리고 그 향을 우리 셰프가 좋아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