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4)
보타니칼 가든은 이번 발리 여행에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자 발리 여행객들에게 꼭 다녀오라고 권유하고 싶은 곳이다. 그 이유는 곧 밝히도록 하고.
보타니칼 가든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걸어서 구경하기보다 차를 타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내려서 구경을 하고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 공원은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석상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첫 번째 석상은 사랑하는 사이처럼 보이는 석상이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고, 두 번째 석상은 활을 쥐고 동물에게 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마지막 석상은 달려드는 원숭이들을 무찌르고 있는 신(?)의 모습을 한 석상이다.
우리를 이곳까지 데려다준 기사님에게는 9살, 7살, 5살 난 딸들이 있는데 시간이 날 때면 이곳으로 피크닉을 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구석구석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우리를 그곳으로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푸른 잔디가 넓게 깔린 공원에 발리 가족들이 피크닉을 나왔다.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은 공을 가지고 뛰어 논다. 필자도 저 푸른 잔디에서 뒹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는데 다음 일정(식물원)이 있기에 차를 타고 이동한다. 보고만 있어도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기만 해도 좋은 그런 곳이다.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을 심어놓은 식물원을 둘러보았다. 장난꾸러기들이 들어가서 밟고 가시에 찔릴까 봐 크게 '들어오지 마시오' 사인을 표시해 두었다.
기사님이 아주 놀라운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나무가 빼곡하게 심어져 있는 곳을 꼬불꼬불 길 따라 가는데 그 놀라운 것을 보자마자 필자는 탄성을 질렀다. 자, 독자 여러분도 이 어마어마한 광경을 감상하면서 필자가 담아온 굉장한 기운을 담아가시길 바란다.
이 나무는 몇 천년이 되었는지 그 누구도 모른다고 한다. 단지 축복받은 땅 발리 하늘 아래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이 굉장하고 엄숙한 기운을 내뿜는 나무 아래서 필자는 눈물이 찔끔 났다. 필자가 다녀본 곳 그 어느 곳에서도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의 장소'는 없었는데 이 나무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사실 이 사진을 빨리 공개하고 싶어서 발리 여행기를 하루 만에 써버렸다(그래서 고쳐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
다른 나무들도 아주 멋졌지만 이 나무에 견줄만한 나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대나무 숲에서도 그랬고, 이름 모를 나무 숲에서도 그랬다. 내 머릿속엔 온통 몇 천년 된 나무뿐이었고, 지금도 발리 하면 그 나무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