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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사람 Jan 27. 2016

신인류의 불안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 것


 최근, 생일을 여행지에서 맞았다. 먼 타국 인도에서 여행을 함께한 분들이 조각 케이크를 준비해주셨었다. 달디단 케이크를 한 입 가득 베어물면서 생일은 나를 기억하게 하는 날이어서 싫다고 생각했다. 여행지에서의 생일은 현실의 내가 가진 문제들을 새삼 떠오르게 해서 괴로웠다. 여행에서의 안녕만 생각해도 하루가 빠듯한 곳을 골라 간 여행지여서 더욱 그랬나보다. 내가 무엇을 등 뒤에 내려놓고 도망치고 있는 건지 고민하기던 밤에 회사 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푸념 섞인 메시지가 왔었다.

 

 2016년 출판 키워드는 '포기'였다. 불안에 동동거리던 독자들이 불안의 시대에 적응하여 포기할 것을 과감히 놓았다는 것이다. 참고로 15년의 출판 키워드는 '불안'이었다. 상실한 것들을 거둬내고 지금 현재 남아있는 것 안에서 충분히 누리며 조금씩 삶의 요소를 추가시킨다는 것. ‘포기하면 편해진다’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요즘 사람들의 행동 저변에 깔리게 된 거다. 불안이라는 자욱한 안개 속을 비로소 담담히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데, 왜 마음 한 편이 속상한 걸까.


 오늘을 사는 젊음에겐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이 와중에 ‘열심히 안하니까 그런 거야’, ‘우리 때는 더 힘들었어’라는 인생 선배들의 한마디는 비수처럼 꽂힌다. 사람은 경험적인 존재라서 직접 겪은 일을 토대로 삶의 확신을 갖는다. 단, 함정이 있다면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선 쉽게 속단한다는 것. 그래서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마음 아프게 하는 말도 나왔겠지. 


 시대마다 주어지는 상황은 다르다. 그렇기에 ‘그’시대의 사람들이 ‘이’시대를 충분히 알 수 없을 테고 ‘이’시대의 나 또한 ‘다음’시대의 사람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겠지. 신인류는 매 시대마다 재생산된다. 신인류의 불안도 새롭게 재생산되고 말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금의 청춘들을 매도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가시 같은 말을 등에 업고 살아가는 청춘들이 이제는 왜 아픈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따지며 마땅한 권리를 찾으면 좋겠다. 아픈 청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개선해줄 여지를 갖는 여유로운 사회가 되어야 할 텐데….


 이십 대 초반엔 누군가 서른이라고 하면 ‘저 사람은 어른이구나’했더랬다. 근데 손 쓸 새도 없이 내가 서른에 당도하고 나서야 잘못 생각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난 여전히 미숙하고 아직 배워야할 것들은 산더미인데다 모아놓은 돈도 없는 그저 그런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십 대 초반의 내가 바라봤던 서른의 그들에게 미안했다.


 대학등록금이 부족해서 때 맞춰 대학에 가지 못했고 비정규직을 전전했었다. 그 시절이 힘들진 않았다. 내게 주어진 인생이니까 부단히 노력하며 하루를 살았고 그 안에서 누리는 행복들도 컸다. 현대 사회는 행복의 기준을 마치 정해놓은 듯하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틈틈이 커피를 마시고, 주기적으로 영화와 뮤지컬 등 문화생활을 즐기며 가끔은 유명 브랜드 옷을 걸치는 것. “이 정도를 즐길 때 삶이 행복하다 할 수 있지”하며 선전하듯 여러 매체가 이를 내보내고 있으니까. 현실에 발붙이고 사는 일반인들에겐 그저 하늘의 별 같은 이야기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인식을 지배하고 있다. 정작 내 자신의 빛나는 부분조차 특별한 삶과 비교하며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지 모른다.


 각자에게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그래서 섣불리 누군가를 판단해선 안 된다. 내가 동정하려는 누군가의 삶이 그에겐 충분히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삶이 당신 보단 나으니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동정이 많다는 것을 잠시 생각해보면 알게 될 거다. 나 또한 이런 섣부른 판단을 쉽게 하기에 건넬 수 있는 이야기다.


 불안의 안개 속을 서성이는 청춘들이 잊어선 안 되는 한 가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연스레 나이가 들것이고, 시대를 이끌어야 할 리더의 위치가 우리에게로 이동할 거란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고 소소하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꾸준하게 인내해야 한다. 잘 알지도 모르면서 뱉어지는 속상한 말에도 견디는 지혜를 간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2017년 상반기 출판 키워드는 'DREAM'이었다. 올 한 해가 가는 동안, 모두들 어떤 꿈을 이루고, 어떤 것을 보류했을까. 기왕이면 살아야 하는 모든 날들을 좋은 꿈으로 채울 수 있기를, 인도에서 생일 촛불을 끄며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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