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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amente Apr 08. 2023

기분을 글로 표현하라

지난 일기 들추기

2022년 6월 19일 일 오전 10:41


남들보다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올해로 매달 월급 받아 생활한 지 햇수로 13년이 되었다.


한 직장에서만 9년 차. 물론 계약직 신분을 빼곤 5년 차이지만 그래도 한 직장에서 월급을 9년째 받고 있다.


늘 나의 희로애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회사생활…


나는 9년째 낯을 가리며 살고 있다.

감정의 뱀파이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면 정말 몸속의 수분까지 탈탈 털리는 기분이다.


웃으며 상처 주는 그들에게 키보드로 감정을 표현하던 나는, 이제는 울컥 감정이 치밀어 올라올 때면 화장실 변기 비데의 온기에 위로받는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자리에 돌아오면 내 옆자리에는 상사가 앉아있다.


내 자리는 상사 바로 옆이다. 파티션도 없이,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갈 무렵이면 그녀의 소품들이 내 자리를 침범해 온다.


그런 건 아무렇지 않다.


참을 수 없는 건 아직 감정조절을 못하는 상사 바로 옆자리에서…


그녀의 한숨소리, 특히 치미는 화를 삭일 때마다 그녀가 부르는 콧노래가 들려올 때면(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녀의 창작곡이다)


다시금 불안해지는 마음에 명상앱을 켜고 “비 오는 사려니숲 산책”을 통해 새가 지저귀는 소리로 평정을 되찾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언제 나를 부를지 모르는 불안감에 노이즈캔슬링은 차마 못하고 그녀의 소음보다는 새소리에 집중한다.


나는 지금 사려니 숲에 있다. 숲이다. 새소리가 가득한 숲이다. 주문을 걸면서…


직장인들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두 글자, “퇴사”

나 또한 늘 꿈꾼다. 꿈만 꾼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나의 모습

리틀 포레스트의 류준열처럼…


비데의 온기도, 새소리로도 해결이 안 되는 때는 온다.

그럴 때는 검색창에 “마흔 퇴사”, “마흔 귀촌”, “마흔 해외 살기”를 쳐본다.


같은 퇴사, 귀촌, 해외 살기라도 나이에 따라 현실은 다르니까…

나이를 꼭 붙여서 검색한다.

검색된 내용에 내가 원하는 삶은 없다.


대책 없는 결정은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당연한 이치.


나는 그래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늘 넘쳐나는 생각과 감정들을 글로 표현해 보기로 했다.


 이렇게 나의 글쓰기는 2022년 6월 26일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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