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당겨 덮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자다가 창문은 발로 닫았는지, 어느새 닫혀있다.
오늘은 오후에 출근을 해도 되지만, 찬 공기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니,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가고 싶어졌다.
밥을 거나하게 먹고, 집을 나섰다.
삼성동의 테라스 있는 카페를 네이버지도에서 찾아 들어갔는데, 에어컨이 꺼져있다.
역시 테라스 있는 카페를 선택하기 잘했다 생각하며, 시원한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굳이 크로플을 시킨다.
굶주린 개마냥 몇 번 씹지도 않고 허겁지겁 크로플을 먹어치우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몇 모금 마시니 으슬으슬 추워진다.
다시금 에어컨이 꺼져있는 실내로 들어와 브런치 앱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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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버라이어티 하다.
중간에 팀을 옮겼고, 새로운 사람, 새로운 업무로 금방 10월이 흘렀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빌런은 존재한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고, 나도 그의 빌런이 되기로 결심했다.
근무 환경을 바꾸고 나니 생활환경도 바뀔 일이 생겼다.
11월에는 이사를 한다.
생김새로는 금방 서울역에서 내린 듯하지만, 나는 분명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그런 내가 이제는 경기도민이 된다.
강남역에서 줄 서서 스마트폰을 보며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그 누군가가 내가 되었다.
경기에 살아보지도 않은 회사 동료들은 마치 살아본 사람들처럼 앞으로 힘들어서 어찌 다니냐고 걱정을 해준다.
그래도 새로운 집에서는 나무가 무성한 산도 보이고, 앞 구르기를 6번 넘게 해도 넉넉할 나만의 독립공간이 생긴다.
겪어보면 단점이 눈에 띄겠지만, 지금은 콩콩콩..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