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글을 써야겠다, 써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엊그제, 그러니까 2월 4일 수요일은 중등 교원의 전보 발표 날이었다. 새 학교로 전입을 온 지 엄밀하게는 만 1년도 되지 않은 나는, 발표 시간인 오전 10시 30분보다 한 시간쯤 일찍 학교로 출근을 했다. 나의 전보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 나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2년 연속으로 고등학교로의 전보를 신청해 놓은 것이다.
무엇 때문에 나는 고등학교로의 이동을 희망하는 것인가. 여러 동료 선생님들의 질문에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대답이랍시고 내뱉었으나, 갈수록 두루뭉술해지고 매번 달라지는 내 이유에 나조차 불확실함을 느끼고 있었던 한동안이었다. 임용 시험을 준비하면 나름대로 애써서 공부한 내용이 자꾸만 휘발되는 것이 아쉽다, 조금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가르치고 싶다, 예전에 반 년간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을 때의 기억이 좋게 남아 있다, (중학생보다 조금은 더 성숙했으리라 기대되는?) 고등학생을 가르쳐 보고 싶다, 중학교에서의 생활지도가 벌써 힘에 부치는 듯하다 등등… 이유를 대자면 여럿이지만, 글쎄다. 어쩌면 고등학교로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중학교에 있기 '싫어서'는 아닌가 싶기도 하고. 스스로 떳떳하지 못해서일까, 영 마음이 찝찝하다.
이렇듯 준비가 한참 덜 되어서일까, 나는 올해에도 고등학교로의 전보에 실패했다. 서울시 전체의 중학교 국어 교사 중 몇 명이 고등학교로의 이동을 희망했는지도 알 수 없지만, 그중 단 12명만이 이동에 성공하였으니 거기에 내 자리가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학교 교무기획 선생님께서 친절하게도 몇 번이나 내 이름을 검색해 보시고는, '어, 왜 이름이 안 뜨지?' 하고 어리둥절해 하시길래, 웃으며 이제 그만하셔도 된다고 말씀을 드렸다. 전보 명단에 내 이름이 없어서 검색이 되지 않는 것이었으므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부장입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 학교에 몇 명의 신규 선생님이 오시게 되는지, 미발령 자리가 어떻게 되는지도 확정이 되었다. 학교의 관리자이신 교장 및 교감 선생님은 이래저래 분주히 움직이셨다.
그리고 사전에 은근하게, 아니 대놓고 예고된 바와 같이 나는 부장 교사의 역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거의 유일한 희망이 타 학교에서 경력 있는 선생님이 전입을 오시는 것이었는데,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고, 우리 학교에는 단 한 명의 전입 교사도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내가 비정기 청간 전보로 전입 온 유일한 교사였으니 말 다했지 뭐!
고등학교로의 이동을 올해도 신청해야겠다고 결심했던 순간에는 분명, 부장을 맡기 싫다는 도피성(?) 목적이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다만 차곡차곡 신규 선생님들만 부임하시는 이 학교에서, 연차에 비해 나이와 임용 전 경력이 애매하게 있는 내가 먼저 부장을 맡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부장 후보를 추천하라는 무기명 투표지에, 나조차 내 이름에 (자발적으로) 동그라미를 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일까, 나는 전보 발표일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부장이라는 자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등학교로의 이동에 성공하기를 더더욱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앞서 말한 바와 같다. 나는 결국 부장 교사가 되고야 말았다.
아는 것은 하나도 없는 부장인데다 담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서의 부장들은 담임을 맡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내가 떠올린 부장 교사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실제로 나는 4년 넘게 이어진 담임으로서의 삶에 상당히 지쳐 있었고, 비(非)담임의 삶을 갈망하고 있었다. 비담임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부장을 맡는 것이라면, 머지않아 내가 자진해서 부장 교사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많았을 만큼.
그런데 담임을 맡으면서 동시에 부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학년부장'이다. 중학교의 경우에는 1학년부장, 2학년부장, 3학년부장이 그러하다(물론 내가 전에 근무했던 중학교처럼 학년부장이 담임을 겸하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렇다면 이제 그다음 얘기가 무엇일지 짐작되지 않는가.
그렇다, 나는 올해 학년부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것도 3학년부장으로!
아는 것도 하나도 없는 내가 부장 교사가 되었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여전히 미숙한 담임으로서의 정체성까지 그대로 지니고 가야 한다니. 아찔하다. 우리 부서의 부원이 되실 선생님들께 도움을 주는 부장이 되지 못할까 봐 염려된다는 말은 외부에 드러내기 좋게 예쁘게 포장된 핑계이고, 사실은 내 역량과 사람 됨됨이가 고작 이 정도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날까 봐 겁이 난다. 괜찮은 사람인 척하고 싶은데, 괜찮은 사람인 척하기가 어려운 순간들이 2026학년도에는 너무나도 많아질 것 같다.
교직에 발을 들인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담임을 맡기 싫어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책한 순간이 많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선택해 놓고, 아이들과 가장 밀접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담임의 역할을 가장 먼저 내려놓고 싶어 했던 시간도 한가득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담임의 모습을 조금 더 구현해 보라는 하늘의 뜻인 걸까. 비(非)부장의 시대에는 작별을 고하였으나 비(非)담임의 시대와는 조우하지 못한 한 해를 앞두고 있다. 부디 2026학년도의 졸업식까지 나의 몸과 마음이 잘 버텨 내 주기를.
글을 써야겠다, 써야만 한다
사실 글로 기록하지 못했을 뿐, 작년 한 해 그리고 지나간 올해의 1월 동안 나에게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프리다이빙 레벨 2 과정을 다시 시작했고, (여전히 이퀄라이징이 되지 않지만) 다시 한 번 필리핀 보홀과 세부의 바다에 다녀왔다(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필리핀에서 인생 맥주를 발견했다!). 프랑스어를 배우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글을 써 놓고는, 2026년의 첫 주말까지만 수업에 참여하고 현재는 학원을 그만두었다('듀오링고' 어플로 하루에 몇 분씩이라도 프랑스어 공부를 이어 나가는 데 의의를 두는 상태이다). 모든 선택과 결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그 순간순간마다 그 나름의 이유를 글로써 풀어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올해는 조금 더 자주, 조금 더 많은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3학년부장이 되어 버렸다.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을 쓸 수 있는 체력이,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학기 중에 남아 있을까.
아니, 아니다. 3학년부장이 되었다는 것이 글을 쓰지 못하는 핑계가 될 수는 없다. 혹여나 내가 근무하는 학교가 특정될까 봐, 그래서 폐가 될까 봐 쓰지 못한다는 것도 핑계다. 나에게는 학교 밖의 삶도 있다. 심지어 학교 밖의 삶이 꽤나 넓고도 깊다. 나는 프리다이버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쓸 거리는 넘쳐 난다.
글을 써야겠다. 아니, 써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학교 안에서도 밖에서도, 나아가고 싶다. (일단은 듀오링고 어플을 켜서 오늘치 프랑스어 공부부터! 듀오가 화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