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등교해 교실로 들어갑니다.
매주 목요일, 아이의 반에서 두 시간 정도 클래스 벌룬티어를 해요.
자원봉사로 아이들 미술 수업을 보조하거나, 교과 수업 자료 준비를 돕습니다.
새삼 학교를 다시 다니는 기분이 들어요.
아, 미국 학교는 다녀본 적이 없으니 다시가 아니라 처음이 맞겠네요.
모든 것이 새로워서 갈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수업을 경청하게 돼요.
엄마라기보다 학생에 더 가까운 자세로 교실에 앉아 있게 됩니다.
그렇게 앉아 있으면 사소한 것들도 새삼스럽게 다가와요.
“아, 디왈리도 루나 뉴이어도 가르치는구나.”
“아, 여기서는 이렇게 단호한 훈육이 가능하구나.”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한국과 정말 많이 달라요.
샌디에고에서의 경험만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처음 초등학교에 와서 꽤 큰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장 놀랐던 건, 학교에 교무실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넓은 공간에 모든 선생님이 모여 있는, 한국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그 공간이요.
그럼 선생님들은 교과 외의 업무를 어디서 보시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행정 업무는 선생님의 몫이 아니더라고요.
학교에 처음 등록하러 왔을 때도 저희를 맞아준 건 선생님이 아니라 오피스 직원들이었어요.
전학, 결석, 서류 처리 같은 행정 업무는 오피스에서 전담하고 선생님은 오롯이 수업에만 집중합니다.
대신 선생님들마다 교실 한편이나 교실 옆에 작은 개인 공간이 있어요. 그곳에 각종 수업자료를 보관하거나 만들기 수업 보조 공간으로 써요. 여기서는 한 번 맡은 학년을 쭉 담당하시기 때문에 그동안 스쳐 지나간 반 아이들의 단체사진과 수업교구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저희 담임선생님은 만들기 수업을 좋아하셔서 각종 재료가 보물상처럼 저장되어 있어 제가 다 설레더라고요.
그리고 이곳 학교에는 늘 자원봉사자가 있습니다.
저희 반만 해도 일곱 가정이나 돌아가며 벌룬티어를 해요.
직접 올 수 없는 날에는 수학교과서를 집으로 가져가 찢어 주는 봉사도 합니다.
(이것도 처음엔 무척 신기했어요. 수학교과서에 절취선이 있어서, 챕터별로 찢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거든요.)
저는 아까 그 작은, 각종 재료가 가득한 방에서 만들기 수업을 도와요.
아이들과 할로윈 때는 교실 문을 장식할 거미 그림을 그리고,
추수감사절에는 날개가 화려한 칠면조를 만들고,
크리스마스에는 부모님께 드릴 손그림 자석을 함께 만들었어요.
또 만들기 수업이 없는 날에는 되도록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 북-북-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히 수학책을 찢어요.
보조 선생님분들도 계시지만, 학교 수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큰 보탬이 되는 건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는 학부모들의 도움이에요.
그 도움에 대해 모두가 자연스럽게 감사를 표현하기에 이 시스템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아이들도, 등하굣길에 만나는 다른 학부모들도 자원봉사를 해줘서 정말 고맙다 인사해요.
지난 학기 마지막에는 그동안 수고한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작은 파티도 열렸어요.
아이들이 직접 만든 감사 포스터를 보고 어찌나 울컥했는지요.
내일은 목요일이에요. 내일도 학교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