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시작이니까 캘리포니아가 시작된 곳으로 주말나들이를 떠나요.
사실 딱 떨어지는 이유는 없지만, 이렇게 의미를 붙여보는 걸 좋아해요.
카브릴로 국립공원은 스페인(포르투갈)의 탐험가 카브릴로가 캘리포니아, 미국 서부 땅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곳이에요. 유럽에서 멕시코만으로, 거기서 다시 미국 서부로, 기나긴 항해 끝에 도착한 샌디에고의 첫인상은 이런 모습이었대요.
" 1542년 9월 28일, 카브릴로 (Cabrillo)의 소함대는 “닫혔지만 아주 좋은 항구”라고 묘사된 항구에 도착했다. 해변가(Coastal sage) 많은 나무들이 언덕과 계곡을 우거지게 가득 채웠다. 카브릴로 (Cabrillo)는 은빛해안을 접어들자 이 지역을 산 미겔 (San Miguel)이라 불렀고, 지금의 샌디에고 (San Diego)가 되었다."
- 미국 국립공원 사이트 한국어 브로슈어 中
동부와는 달리 1년 365일 따스한 지중해성 날씨인 곳을 발견했을 때, 카브릴로는 무척 들떴을 것 같아요. 포도나 올리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햇살을 만끽하며 고향생각도 났을 것 같고요. 고향의 언어로 지은 각종 도시들은 San Diego, Los Angeles, San Francisco로 이름 지어져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고요.
카브릴로의 기념비가 서 있는 곳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면 탁 트인 전망에 속이 뻥 뚫려요.
샌디에고에는 고지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렇게 시야가 높은 경우가 드물거든요.
파란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하얀 요트들을 바라보며 카브릴로가 왔던 길을 거꾸로 거슬러 가는 상상을 해봐요.
저쪽으로 멕시코로 가서 멕시코만을 돌아, 대서양을 지나 유럽으로.. 참으로 긴 항해였네요.
그 긴 항해 끝에 미국 서부를 발견하고 더 북쪽까지 가보려던 카브릴로는 중간에 부상을 몇 번 당하며
아마도 감염으로 인해 사망했다 전해져요.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이 발견한 곳들이 이런 대도시가 될 줄 알았을까요.
이 국립공원의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해안으로 내려가는 쪽 언덕에 화장실이 나오는데, 화장실 창을 통해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이 무척 근사해요. 네모난 틀에 담긴 바다의 모습은 멋진 풍경이 그려진 캔버스 같아요. 살짝 뿌옇게 먼지가 탄 창문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카브릴로가 항해하던 그 시절의 바다처럼 살짝 빛이 바랬으면서도 그 위로 끊임없이 윤슬이 반짝여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곳에서 새해로 새로운 탐험을 시작해 봅니다.
나의 새해 샌디에고 살이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