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의 새해는 느닷없이 옵니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낙엽이 떨어질 즈음이면 아 올해도 거의 다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는 겨울에도 여름 같기도 또 늦봄 같기도 한 날씨가 계속되니 계절이 흐른다는 것이 잘 느껴지지 않아요.
이 글을 쓰는 1월 오늘도, 한낮에는 27도여서 다시 여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거든요.
그래서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이벤트들에 휘둘려 정신없이 연말을 보내고 나면
느닷없이 바뀌어 있는 달력 속 숫자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벌써 2026년이라고?
달력만 넘기면 새해가 되는 이곳의 시간은, 내 계절시계를 훨씬 빠르게 앞서가 있는 느낌이 들어요.
새해는 결로로 얼어붙어 잘 열리지 않는 베란다 창문과 함께,
교복 같은 롱패딩을 입고 나서는 출근길과 함께 오는 건데 말이죠.
새해가 되면 우리는 어디 가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덕담으로 주고받는데
미국에선 딱히 그런 식의 인사는 없어요. ( Happy New Year! 는 어쩐지 한해를 마감하며 하는 인사 같거든요.)
또 여기서는 생일이 지나야 한 살을 더 먹기 때문에 2026년이 되었다고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끼리
우리 올해 00살이다 또 늙었네! 농담하며 새해 인사를 주고받을 일도 없고요.
모두 다 +1이 되는 거대한 유대감이 사라진 거 있죠.
그게 한해 한해 나이를 먹어가며 조바심이 들 때 큰 위로였다는 걸, 떠나와서야 알게 되었어요.
그 아쉬운 마음은 한국의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며, 1월 1일 아침에 떡국을 끓여 먹으며 달래요.
아무래도 미국의 새해와 한국의 새해는 같은 게 아닌 것 같아요.
새해 기분을 내보고자 달력에 2026년의 빨간 동그라미들을 그리고 새로 산 다이어리를 펼쳐요.
지난해 지키지 못한 새해 목표는 올해는 과연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하며 똑같은 목표들을 다시 써 내려가요.
그렇게 한국과는 사뭇 다르지만,
똑같은 결심과 고민을 반복하며 샌디에고의 새해를 맞이해 봅니다.
느닷없이 왔지만, 그래서 더 천천히 붙잡아보고 싶은 새해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