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달리며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

by 솔라

아침 러닝. 달리며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채 그대로 5km를 달리기 시작해요.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이어지는 홀리데이 연휴에 쉬었더니 몸이 좀 무겁더라고요. 사실 저는 러닝의 ㄹ과도 관련이 없던 사람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달리기에 자신이 없어 제일 싫어하던 놀이가 술래잡기였고, 체력장을 해도 뭐 하나 잘하는 것이 없는 아이였어요. 몇 년 전부터는 러닝 하는 사람들이 멋져 보여 새해 목표에 늘 ‘러닝’이라 써봤지만, 며칠 러닝머신에서 걷다가 그마저도 포기하곤 했죠.


그런데 샌디에고에 와서 보니 날씨가… 날씨가 너무 아까워서 달려야겠더라고요.

이 좋은 날씨와 파란 하늘, 야자수를 배경으로 달리지 않는 건 유죄야!

달리며 만나는 샌디에고의 풍경은 훨씬 더 아름다웠어요. 늘 파랗지만 늘 다른 모습의 하늘, 잔디깎이 차가 지나간 후의 상쾌한 풀냄새. 발자국 소리를 듣고 후다닥 도망가는, 꼬리만 하얀 코튼테일 토끼. 여기 와서 난생처음 만난 허밍벌드. 천천히 산책하며 나를 위해 길 한편으로 비켜주는 사람들의 배려, 곳곳에 그려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분필 그림도요.


처음에는 한 번에 1분을 뛰기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한 번에 30분을 뛰어요. 1분에서 30분을 뛰기까지 반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요. 작년 가을엔 5km 달리기 대회에 참가했고, 올해의 목표는 해변을 따라 10km를 달리는 거예요. 저도 제 자신이 이렇게 변한 것이 믿어지지 않아요.


러닝을 하며 가장 좋은 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거예요.
내 심박수, 목마름,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발의 무게, 좋아하는 코스, 응원가 플레이 리스트.

내가 언제 이렇게 내 몸에, 내가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해봤나 싶어요.


전에는 식사 중에도 왼손으로는 앱으로 장을 보고, 가족과 TV를 보면서도 한눈으로는 아이의 교육정보를 캡처하며 시간을 알차게 쓰고 있다 착각했어요. 깨어있는 모든 순간에 한 손을 쓸 수만 있으면 늘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남의 삶을 기웃거리거나, 앞으로 갈 여행이나 아이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무언가를 찾거나, 사야 할 것들의 가격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냈어요. 나중에 언젠가 만약에를 위해 사고 찾고 비교하고 준비하고.. 지금 발을 딛고 있는 그 순간에는 집중하지 못하고요.


하지만 일어나 러닝을 하러 나가면, 운동화를 신고 걷기 시작할 때부터 어제 잠자리에서 결린 곳은 없는지,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는지 시작부터 나를 꼼꼼히 살피게 돼요. 그렇게 호흡의 드나듦과 발의 무게에 집중하며 온통 내 생각만 하다 보면 힘겨운 러닝이 시원하게 끝나요.


이렇게 30분 동안 저는 저에게로 온전히 달려갑니다.


San Diego 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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