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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할머니 Apr 25. 2020

엄마가 해주는 맛이 아니다

쑥떡 만들기

3월 중순. 봄이 막 오기 시작할 때 남편이 좋아하는 냉이를 뜯으러 시댁을 갔다.

남편은 봄마다 예전에 먹었던 냉이와 달래를 못 잊고 그렇게 봄나물 얘기를 한다.

그럴 때면 한 번씩 마트에서 사다가 해주는데 매번 실패를 한다.

올해는 잘해보고자 어머님 레시피까지 전수받고 냉이에 묻힐 콩가루도 공수받았었는데 역시나였다.

처참한 결과였다.

내가 맛없게 해서가 아니라 향이 안 나서 그런 거라는데도 기분이 처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기껏 좋아하는 음식을 해줬는데 반응이 영 시원찮으면 주부에게 그것만큼 진 빠지는 일도 없는 것 같다.


난 아이들을 밖에서 놀릴 수 있으니 그거면 됐다.

그거만으로도 좋았다.

난 아이들 곁에 붙어 있느라 나물 뜯기는 하는 둥 마는 둥이었지만

어렸을 때 나물을 뜯으러 가는 엄마를 그렇게 따라다녔건만 이제야 진짜 냉이를 확실히 구분하게 되었다.

따로 다듬지 않고 씻기만 하면 되게 쑥을 뜯는 법도 이번에 어머님께 배우게 되었다.

무엇보다 맨날 지들만 흙놀이를 하다가 어른들 모두 자기들처럼 노는 거 같았는지 애들  기분이 최고였다!

그 날 따온 냉잇국은 기가 막혔고 쑥부침개는 아이들도 너무 잘 먹었더랬다~!




어렸을 때부터 가끔씩 먹었던 쑥떡.

검색해보니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애들과 하루 놀이하며 만들면 좋겠다 싶었다.


시작은 남편이 저번처럼 전이나 한 두어 장 부쳐먹자며 잠깐만에 한 움큼을 뜯었던 거였다.

에이 난 쑥 부침개는 별룬데... 쑥떡이면 모를까...?...!

가만히 돗자리 위에 누워있다가 그래! 쑥떡! 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미 남편은 이때 쟤 또 집에 안 간다 하는 거 아냐...? 싶었을 거다.

역시나 아주 재미있어하면서 쑥을 뜯느라 해가 저물어가는 것도 몰랐다


아이들이 재밌게 반죽 놀이를 해서도 좋았지만 쑥떡이 기대가 되어 더 신바람이 났다.

엄마가 알려준 대로 떡을 찌자마자 참기름 소금에 버무리는데 그 향이 나를 더 자극했다.

못 참겠어서 그릇에 담기도 전에, 사진을 찍기도 전에 기대에 차서 한 입 베어 물었다.


힝.... 엄마! 엄마가 해주던 맛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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