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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ar Jul 25. 2022

좋아하는 게 뭐예요?

좋아하는 것을 쉽게 답할 수 없는 마음

살다 보면 이 질문을 참 많이 한다. ‘좋아하는 게 뭐예요?’ 낯선 사람과 공통의 주제를 찾기 위해, 말하는 사람의 가치관이 우리 회사와 결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의 대답은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거운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퍼스널 브랜딩을 마주 할 때도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그것을 좋아하는 걸까? 정답을 찾기 위해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생각을 다듬어 갈수록 퍼스널 브랜딩이 완성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언제부턴가 좋아하는 것을 쉽게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건 무수히 많은 선택지 중 딱 하나를 꼽아야 한다. 하나의 대답으로 내 모습이 듣는 사람에게 각인된다. 
 
 Q : 좋아하는 과일이 뭐예요?
 A : 저는 사과를 좋아해요. / B : 저는 사과만 빼면 좋아요.
 
 사과, 바나나, 딸기, 귤, 포도, 자두, 복숭아 등등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과일이 있다. 좋아하는 과일에 대해 질문을 들었을 때 많은 선택지 중 사과를 선택한다는 것은 ‘나’를 사과로 표현하는 게 아닐까? 질문자는 대답을 들은 뒤 A를 만나면 ‘사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한 단어로 기억된다는 것은 좋은 의미일 수 있다. 명확한 이미지가 있을수록 단어로 쉽게 표현할 수 있고,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가 정리될수록 퍼스널 브랜딩은 더욱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에 대해 하나의 얘기를 듣고 전체적인 이미지를 그려간다는 것이 불편하다. 처음 만나는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짙어졌는데, 관계가 깊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말하는 대답으로 서로가 결이 맞는 사람인지 생각한다는 건 당신과 나 사이 관계의 폭을 제한하는 것이다.
 좋아함의 정도도 주관적이다. 내가 사과를 좋아하는 마음과 상대방이 사과를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가 같은지 알 수 없다. 
 특히 ‘좋아하는 브랜드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답을 내리기까지 너무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채용과정에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었는데 상황에 따라 답을 다르게 하려고 한다. 채용 담당자가 ‘우리는 제법 잘 어울리겠군’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대신 싫어하는 것을 말하는 게 더 쉬워졌다. 사과만 빼면 좋다는 것은 질문자가 나를 생각했을 때 바나나도 떠올릴 수 있고 딸기도 떠올릴 수 있다. 
 나에게 ‘좋아한다’는 퍼스널 브랜딩 측면으로 생각할 때 열림의 단어가 아닌 닫힘의 단어다. 100개 중 좋아하는 것 1개를 선택하면 남아있는 것은 1개가 된다. 100개 중 싫어하는 1개를 제외하면 남아있는 것은 99개가 된다. 99개 중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우리가 더욱 친해졌을 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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