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빛은, 가장 밀도가 높은 물의 온도를 반긴다

그럼 어떤 태도로 살아갈 거냐구?

by 도한솔 I Solar


​언젠가 작은 아버지가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연기, 춤, 노래의 기원은 고대 종교의식이나 무속 신앙에 닿아 있다고. 타인의 감정을 흔들고 맺힌 한을 풀어주어야 하는 일이기에,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말이다.


신기하게도 며칠 전, 팀 S.D.F의 두 댄서가 이끄는 프라이빗 수업 '온도'(OND°O)에서 그 말씀을 다시 만났다. 그게 S.D.F의 근간이기도 하다고. 내면의 슬픔과 어둠처럼 사람들이 부정하고 싶은 감정을 무대 위로 올리는 것. 그것은 단순히 나 개인의 내면의 해소가 아닌, 춤을 통해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려는 '태도'의 목적성이었다.


In Sinner Studio

Dancer 4°C Instagram : @sdf__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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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D°O


​Class Chapter 1.


퍼포머의 자기 동일화: "몸으로 노래하기"

​단순히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노래의 화자와 동일시하는 과정.

​정서적 맥락화: "내가 이 노래의 가수라면?"이라는 질문에서 시작. 아티스트에 대한 예의.

​신체 표현의 내면화: 가사와 선율을 신체적 언어로 번역하여 자기 것으로 소화.

무브의 심리적 방향성: 행동 동사(Action Verbs)

추상적인 움직임에 구체적인 생명력을 불어넣는 단계.

​구체적 단어 사용: '달린다', '떨린다', '무너진다' 등 동적인 단어를 통해 움직임의 의도를 명확히 함.

​이미지화 연습: 만화, 영화, 동물의 움직임을 차용하여 캐릭터를 구축하고, 걷는 자세 하나에도 '정서적 캐릭터화'를 부여.



Class Chapter 2. JUIN & 4°C, 태도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수업은 '태도'라는 본질을 공유하면서도, 이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상반된 형태.


JUIN, 감싸고 이어가는 파도형

흐름과 바닥에서 진짜를 드러내며, 긴 라인을 통해 관객을 몰입시키는 특성.

“태도는 출발 순간, 몸의 상태에서 드러난다”

Floor work - 바닥과 몸이 처음 맞닿는 순간부터 태도가 보인다.

핵심 철학: “태도는 무대에 서는 첫 순간, 숨지 않고 드러내는 것”.



4°C, 직선적이고 파워풀한 불길형

무게와 보컬을 관통하며, 충격과 서사로 관객을 흔드는 특성.

“태도는 자기 고백, 자기 이야기여야 한다”

무게와 서사, 자기 서명 - “남의 춤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춤이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는 곧 자기 폭발, 자기 진술.

핵심 철학: “태도는 음악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관철시키는 힘”.


​공통의 본질: 멈칫거리거나 소극적이지 않은 '과감함', 그리고 자신이 믿는 방식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몰입'.






사실 춤이 전공이 아니었던 나의 입장에선, 춤은 늘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라는 그런 기준들이 너무 강했거든. 클래식한 장르일수록 그 기준은 더 강했고, 과거 입시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녀야 했던 입장에선 정해진 장르 속 지정안무 익혀야 했다. 이상한 습관 박히면 안 된다면서 이것도 하면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어느 순간 춤이나 노래는 나한테 즐겁고 좋은 것보다는 부담스럽고 하고 있어도 행복하지 못한 것이 되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그도 그럴 게 맨날 시험받는 기분인데 그게 어떻게 즐겁겠어.


그러다가 몸이 여러모로 좋지 않은 상태가 되고 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게 없나, 찾아보다가 얼떨결에 댄서신을 오가며 얼마나 내가 나 자신도 몰랐었나를 알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까, 춤이라는 게 단순히 기술 영역이나 화려함 그 이상의 고유함일 수 있다는 걸 느꼈으니까.


그래서 작년부터 가끔씩 프라이빗 수업을 참여하곤 했던, 사도(4°C) 선생님의 온도. 여기선 여러모로 배울 게 많을 수밖에 없었다. 뭐랄까, 내가 지난 시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사실을 확실히 커리큘럼화 하셨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대학 3학년 수업 때 교수님한테 배웠던 내용을 이렇게 끌어내지?"라는 생각도 종종 했고.




Class Chapter 3.

Jack's Route (Top-Down) 형태

음악 → 이미지 생성 → 몸의 실행

이미지가 무의식을 견인하는 방식 "스스로를 불신하지 말라"


4°C's Route (Bottom-Up) 비형태

신체 반응 → 움직임 지속 → 의미 부여

구조가 무의식을 생성하는 방식 "결국 한계는 내가 만든다"



[핵심 결론] ​
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자기 불신을 내려놓고 몸에 맡기는 '믿음'이 핵심.
비형태와 형태의 공존: 나 고유의 움직임(비형태)을 발견하고, 그것을 타인과 연결하는 언어(형태)로 만드는 과정
​태도의 수업: OND°O는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존재가 자기 이름으로 세워지는 방식을 탐색하는 곳.




특히 이번 수업 땐 놀랐던 말이, 사도쌤이 나중에 영상 확인해 보고 '아니, 나 왜 이렇게 했지?'라는 그 몸짓이, 사실 내 고유의 움직임이라는 말에 나는 깨달음과 함께 너무 동의할 수밖에 없었거든. 연기를 할 때도,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나오는 그 무의식적인 움직임이, 의도가 없기 때문에 그게 진짜 내가 보고 있는 그 방향을 보여주니까.


믿음이라는 게, 어떤 대상을 향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 신념일 수도 있을 텐데, 어느 누구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나 자신의 몸을 믿고 움직일 수 있고, '자신의 춤'을 춰야 한다는 그 삶의 태도. 나 자신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선행되어야, 관객도, 춤도, 모든 예술도 사랑할 수 있는 거겠지.


사도쌤이 나보다 6살이 어려도(특: 사도쌤이 수업 중 나이 얘기하면 내가 섭섭해함.), 그 영혼의 밀도는 정말 리스펙 할 수밖에 없어. 내가 저번에도 선생님한테 그랬거든. 춤의 색으로 검정을 택했으면서도 그 안에 자신의 승리라는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인 게 춤에서 보인다고.


Six of Wands


'OND°O'는 그렇게 춤을 빌려 삶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시간이니까.





여담


만약 계속 무대에 서는 사람이고, 몸을 쓰는 게 고민인 배우가 있다면, 나는 이 수업 들어보라고 할 거 같아. (근데 이번에 프라이빗은 마지막 수업하시고 한동안 재정비하신대서...) 다들 춤을 굉장히 동작이나 기술적으로 생각하는 게 버릇이라서 어려워들 하고...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에 있냐만, 단순히 춤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 숨을 쉬는 법을 알려주는지라.


대사를 하거나 안무를 하지 않는 순간조차도, 내 몸이 무게, 중력, 공간, 그리고 무의식적 반응을 완벽하게 통제되니까. 모든 삶과 예술은 연결되는 걸?




※ 어찌어찌 <Solar Philosophy>를 총 10편 다 썼다. 완결을 내기 전까지 내가 잘 쓰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하지 않고 써보려 했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믿고 살아가보기로 했다. 존중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나로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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