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자라지 않아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아무도 나에게 부족하다고 말한 적 없는데,
혼자서 자꾸 작아지는 날.
괜히 거울을 보며 눈을 피하고, 문득문득
“나는 왜 이럴까” 하고 숨죽이는 날.
별일 아닌 일에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쉽게 무너져버리는 날.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것 같고,
여기까지 온 게 다 우연 같고,
나라는 사람이 하찮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
얌전히 앉아 있는 '기억 하나'를 꺼낸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것 같은 그 말.
“너는 모자라지 않아. 지금도 충분해.”
아무것도 아닌 나를 두고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고마우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어쩌면 나보다 더 나를 믿어주는 사람.
내가 잊고 있던 나의 조각들을
조용히 주워 모아주는 사람.
살아간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
작은 칭찬 한 줄에 힘이 나고,
작은 비난 하나에 무너지고.
누군가의 표정, 말투, 숨결에 따라 하루가 들썩인다.
결국 중요한 건 남의 시선이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나는 왜 늘 그 눈에 비친 내 모습만 보려고 했을까.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더 괜찮아 보여야 할 것 같고,
그래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자꾸 덧칠하고, 숨기고, 감추고.
결국 나를 잃어버리면서도 괜찮은 척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모자라다는 건, 어떤 틀에 맞지 않는다는 뜻일 뿐이란 걸.
우리는 누구도 대신 살아본 적 없는 길 위에 서 있고,
서툴고 부족한 채로도 나름의 방식으로
하루를 견디고 있다는 걸.
당신이 오늘 실수했더라도,
말을 더듬었더라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미움받았더라도,
그건 당신이 모자란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건 그냥, 우리 모두가 인간이라서 그렇다.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
어딘가가 조금 깨졌더라도,
어느 순간 불안이 덜컥 올라오더라도,
그게 당신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스스로를 깎아내린다.
마치 그러는 게 겸손인 것처럼.
하지만 진짜 겸손은,
자신을 낮게 보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용기다.
그러니, 오늘만은 나를 덜 미워하자.
어제의 내가 실망스러웠더라도,
오늘의 내가 조금 느려터졌더라도,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자.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수도 있는 날이니까.
너는 모자라지 않아.
한 번쯤 꼭 들었어야 할 말.
너는, 지금도, 그대로도,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