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늘 미안하다고 말할까

나는 문제 있는 사람이 아니야

by 솔바나


입버릇처럼 “미안해”라는 말을 자주 해.


누가 나한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뭘 잘못한 건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봐
상대가 조금이라도 불편해할까 봐
나는 먼저 말해버려.


“아, 미안…”

나중에 혼자 생각해 보면
미안할 일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 순간엔 그 말이 제일 빠르고
덜 복잡해 보여.

근데 있잖아,
그렇게 자꾸 미안하다고 하면
진짜 내가 ‘문제 있는 사람’ 같아져.

사람들도 점점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내 감정보다 그 상황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져.

‘내가 너무 예민했나?’
‘그냥 웃고 넘기지 그랬어?’
이런 식으로 자꾸 내 마음을
무시하게 돼.

사실은,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까 봐,
혼자 튀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 말부터 꺼내는 걸지도 몰라.

어쩌면 “미안해”는
나를 방어하는 말이었는지도.

상대가 나를 오해하기 전에
내가 먼저 고개 숙이고 들어가서
상처받지 않으려는 버릇.

그렇다고 내 마음이 약한 건 아니야.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거고,
분위기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인 거야.


근데 그게 계속되면
나 자신이 사라지게 돼.

나의 감정, 나의 의도, 나의 생각은
자꾸 뒤로 미뤄지고
상대의 기분, 타인의 눈치만
앞에 남게 되거든.

이제는 조금 바꿔보고 싶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에
잠깐 한 박자 쉬어보기.
그리고 이렇게 물어보기.

“내가 정말 미안할 일을 한 걸까?”
“이 말이 지금 나를 보호하는 걸까, 지우는 걸까?”

그 질문 하나로도
내 마음이 조금은 나를 향해 돌아오거든.

미안하다고 자주 말하는 너,
그건 이상한 게 아니야.


다만, 네 마음이 너무 섬세해서
스스로를 자꾸 눌러온 결과일지도 몰라.

그 마음, 이제는
조금 덜 눌러도 괜찮아.


너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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