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잘 살아야 할 것만 같은지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무겁다.
별일 없는데도 숨이 차고,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은데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 따뜻하게 안아주었으면 한다.
그럴 때는 대체로,
몸보다 마음이 지쳐 있다는 뜻이다.
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시간은 도무지 흐르지 않는다.
무언가를 해도 남는 게 없고,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가 못마땅하다.
그런 날엔 괜히 창밖만 오래 본다.
비가 오면 비 때문에,
햇살이 쏟아지면 그 밝음조차
오늘 내 기분엔 맞지 않는 것 같아 멀리하게 된다.
사람들은 늘 괜찮냐고 묻는다.
“잘 지내?”
“별일 없지?”
“오늘도 잘 살았어?”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잠깐 멈칫한다.
정말 괜찮은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기에.
그저 별일 없는 하루를 겨우 넘겼을 뿐인데
왜 자꾸 잘 살아야 할 것만 같은지.
어느 날은
그냥 버텨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딱히 잘한 일도,
누군가에게 칭찬받을 일도 없지만
무너지지 않았고
아무 일도 내 탓으로 돌리지 않고
하루를 끝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날은 분명 의미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무겁고 흐릿했던 날도
기억 속에서는 희미해진다.
누군가에게 말하면
"그땐 그랬지" 하고 웃어넘길 만큼의 거리에서
그 하루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때는 몰랐다.
그 하루도 나를 지키고 있었다는 걸.
비가 오는 날처럼 고요하게,
아무 말도 없이.
지금 이 순간이 별로라고 해서
인생 전체가 실패인 건 아니다.
불안했던 밤도 지나고 나면
빛은 아주 작게라도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 하루가 내게 무엇을 남겼는지는
훨씬 나중에야 알게 된다.
우리가 자주 그랬듯이.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지금 이 하루가 무겁다고 해서
삶이 영원히 무겁지는 않다.
조금은 구겨진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 살아도 된다.
언젠가 돌아보면,
그 하루도 나를 지켜주고 있었음을
우리는 알게 된다.
충분히 잘 살아낸 날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