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좋은데 사람이 버거운 사람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떤 이에게는 설렘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조용한 소진이다.
“별일 없었지?”
“우리 언제 한 번 보자.”
“이번엔 네가 연락 안 했잖아.”
익숙하고, 흔한 말들.
하지만 그 말들 속엔
조금씩 침잠하는 피로가 있다.
그냥 잠깐 얼굴을 본 것뿐인데,
마음이 진이 빠진 듯 무거운 날.
아무 말 안 하고 쉬고 싶은데
괜히 ‘예의 없는 사람’이 될까 봐
억지 미소를 짓고, 리액션을 챙긴다.
그렇게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점점 ‘일’이 된다.
의무가 되고,
스스로를 다잡아야만
가능한 일이 되어버린다.
어떤 사람은 말이 많고,
어떤 사람은 에너지가 넘친다.
그 앞에서 나는
늘 조금 조용한 쪽이었다.
머릿속으로는 백 번 웃고 있는데
입꼬리는 잘 안 올라가고,
리액션도 적어서
가끔은 차갑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상대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 방식의 체온이
조금 느릴 뿐이었다.
사람을 만나면 좋은데,
그 ‘좋음’이
자꾸 피로와 뒤섞이는 느낌.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사람에게서 자꾸 기가 빨리는 그 마음.
그건 이상한 게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과
사람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에너지는
다른 이야기다.
혼자 있는 시간이 회복이고,
적은 사람과의 깊은 관계가
더 잘 맞는 사람이 있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에너지를 쥐어짜며
모든 만남에 ‘성실한 사람’으로
나를 맞출 필요 없다.
진짜 친한 사람은
자주 만나지 않아도
느슨하게 이어지는 걸 허락하고,
진짜 소중한 인연은
내가 말이 적어도
침묵마저도 함께 나눌 줄 안다.
오늘도 누군가와의 만남에
괜히 지쳤다면,
자책하지 말자.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과
사람에 지치는 마음이
내 안에 같이 있다는 걸
조금은 이해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