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후 나의 식생활이 우습다

by 솔바람

불량하게 니글거리는 속은 오늘도 속삭인다.


토하고 싶다구.


몸은 얼큰하고 시원한 것을 충족시켜 달라고 떼를 쓰는데 정신은 소름 끼칠 정도로 예민하게 날이 서있다. 겨우 항암치료를 2회 했을 뿐인데 지쳐간다.

항암 하는 일주일은 인스턴트와 놀라운 편식증에 시달렸다.


항암제가 처음으로 나를 덮쳤을 때,

떡에 빠져 살았다. 시루떡, 팥이 듬뿍 있는 시루떡이 온몸을 회복시켜 주었다. 시루떡과 콩떡을 실컷 먹고 나니, 이제는 떡 생각이 아예 없어졌다. 퇴원 후 집에서 김밥을 말아먹고, 다시 현미와 뿌리채소 밥을 지어먹었다.


임신했을 때도 이렇게 민감하게 하지 않았는데, 유별나구나. 아마 내 몸의 좋은 세포까지 아무 생각 없이 덮치는구나. 어쩔 수 없는 변덕의 반주가 내 몸에서 시작되었다.

항암을 받기 위해 이틀은 병원에서 지낸다. 이틀이란 시간은 시간의 공포와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두려움이 겹쳐지고, 서서히 내 몸에 들어가는 항암이 미세하게 나를 갉아 영락없이 암환자로 만들어 놓는다.


몸의 변화는 음식을 마주 대할 때 확실하게 나타난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니면 메슥거리지 않을 수 있을까? 병원밥은 멀리서부터 냄새만 느껴도 구역질이 나온다.

내가 먹지 못하는 병원밥을 감사히 드시는 어느 분을 보면서 이런 내 모습이 호강한다는 생각도 했다.

호강은 호강이다.

내가 덜 아픈 거지.


입이 고급을 원하는 것 같다. 평소 아이들 챙겨 먹이느라 맘껏 먹고 싶어도 못먹었던 것들이 먹고 싶어졌다.


수술 후 처음으로 전복을 먹었다.

생각은 감칠맛과 깊은 맛을 상상했는데, 막상 먹으니, 그 맛이 살아 있지 않았다.

이제 고기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전복은 쪄서 먹을 때가 가장 맛난다)

이번 주는 까망베르 치즈를 거의 한통을 비우고 나니 쳐다도 보기 싫어졌다. 이날 이후 나는 좋아했던 까망베르 치즈는 아예 입에 대지 않게 되었다.

김밥 두 줄을 먹고 냉면을 먹고, 돼지갈비를 뜯고, 다시 냉면을 먹었다. 다음날, 나는 짬뽕과 짜장면을 흡족하게 먹었다.

토요일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속이 쓰리고, 토하고 싶다. 먹고 싶지는 않으나, 당이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기에 김치 콩나물 국밥을 끓여서 두 끼를 먹었다.

그나마 퇴원 후 2주째 되면 메슥거림도 생활도 안정을 찾는다.


가장 맛있는 것이 김치 콩나물국밥이다. 단지 거기에 들어간 계란 반숙을 먹지 말아야 하는 게 아쉽지만, 항암치료를 그나마 감사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음식이다.


아프기 전에도 우리 집은 외식을 가급적 하지 않았다. 지금은 더욱더 바깥 음식보다는 집에서 조촐하게 만들어 먹고 있다. 김밥조차 사 먹는 것은 구역질까지 나지만, 집에서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해 먹으면 맛이 좋다. 지금까지 나는 김밥을 집에서 말아서 먹는다.


그런데 그게 간단한 게 아니다. 손과 발이 저리고 감각마저 무뎌진 상태에서 음식을 매 끼니마다 해서 먹는다는 것이 곤혹일 때가 종종 있다.

찬물에 손을 담그지 못하는데도 음식을 해야 하는 것은 불쌍하다.

그래서 퇴원하는 날이면 외식을 했다. 입원하는 이틀 동안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주시던 친정엄마의 손을 덜어 드리고 싶기도 했고, 그게 편했다.


항암 기간 중 간편하게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음식:


김치 콩나물 국밥

1. 육수(다시마, 양파, 무, 당근, 북어, 표고버섯)에 콩나물, 김치를 넣고 끓인다.

2. 새우젓, 청양고추, 마늘, 파, 버섯을 다져 놓는다.

3. 1이 끓으면 2를 넣고, 끓이다 밥을 넣고 다시 한 번 끓인다.

4. 맨 마지막에 달걀을 노른자위가 깨지지 않도록 넣고 한소끔 후루루 끓인다.

** 육수를 끓일 때 항암 기간 중에는 멸치를 넣지 않는다.



김치전

1. 묵은 김치 국물과 밀가루(쌀 부침가루), 달걀 1개, 물을 섞는다.

2. 송송 썬 김치를 넣고 노릇하게 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