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

by 솔바람

이웃에 친구인 산들바람이 아프던 그 해, 나는 그의 유방암이 나와 전혀 다른 세계의 병이라고 생각했다.

어이없게도 당뇨병을 앓고 있는 내가, 그녀의 아픔을 단지 그녀의 아픔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70이 넘도록 술을 먹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건강검진 한 번 받지 않고 살아가고 있음을 은근 과시하고

하나님은 나에게 적어도 암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으며, 나의 뇌와 마음은 암 따위를 무시하였다.

정말, 암 따위는 나에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했으며, 산들바람의 아픔을 이웃했다.

위로했고, 가슴 아파했지만,

나에게 오지 않을 병이라 자만했다.


지금, 나는 아프다. 앉는 자리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 말에 그렇구나, 하고 되뇐다. 처지가 달라지니, 이제 나의 가족부터, 친구 이웃들에게 말하고 싶다. 건강만큼은 자만하지 말고, 귀담아듣고, 예방하는 것이 최고라고, 그렇다고 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에 정을 통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가 필요 없다고 생각 안 한다.

인생이

좋은 것, 행복한 일, 기쁜 것, 착한 것, 모범적인 것, 똑바른 것, 순종적인 것, 부지런한 것

그리고, 건강한 일만 하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다면 그건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시간은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즐기고 이겨내고, 버티고, 싸우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한다.


무조건 내가 살아왔던 시간과 공간에 존재했던 과거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미리 겁먹고 두려워했다면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의 나의 기억은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나 또한 없었을 것이다. 청춘을 청춘답게 살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지금, 다시 가라면 갈 수도 없는 과거지만, 꼭 지우고 싶거나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수정하고 싶을 뿐이다.




잘 있지, 산들바람


눈물을 흘리지 못해 미안해,

항암 시절

뜨겁게 끓여 주었던

김칫국 한 그릇이

너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기억하고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내가 느낄 줄 몰랐어


산들바람,

그대가 왜 그렇게 김칫국을 그리워했는지

이제

알게 되었어

잘 있지, 산들바람



유치한 글이지만, 진심이다. 그녀처럼 산골로 들어가서 살지는 않았지만, 재발된 몸으로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몸을 아끼려 했던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산들바람, 보다 덜 아픈 것이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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