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로 살아남기

by 솔바람

4차 항암 시작

신기하게도 나는 점점 투병생활을 하는 것 같지가 않다. 낮에 한두 시간 쉬어 주지 않는다면 환자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너무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이, 왜 섭섭한지 모르겠다. 내심 좋으면서도 섭섭하다. 집이란, 들깨강정조차 내 손으로 나를 위해서 내가 씻고 볶고 만들어 먹어야 하는 설움과 외로움이 남모르게 있다.

몸이 아직 덜 회복되었음을 느꼈는데도 하루의 일상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지낸다.

내가 너무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내 몸에 어떤지 알 수 없어서 두려울 때가 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행복함도 공존하니, 무엇이 정답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남편에게 섭섭함을 표현하는 것은 대체 무슨 심뽀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이 시기를 잘 극복해서 5년의 치유 기간을 보낼 수 있을까?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


우선 이번 4차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정리했다.


1.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는 것에 대한 생각과 현실

2. 아이들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지혜 짜기

3. 나의 몸이 가장 우선이다.

4. 먹거리에 신경 쓰자.


항암 치료가 워낙 독하다 보니, 그동안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무 음식이나 먹었다. 그것이 생활을 무너지게 한다. 그런데, 지금은 대장암 전에 먹던 음식보다 좋아하지 않았던 음식, 먹지 않았던 음식들이 입맛을 돋우어 주고 있다.

대장암 환자 치고는 아주 중증이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무심하게 나를 대하면 큰 탈이 날 텐데 걱정이다.


몸, 긴장하라


내가 암 환자라는 것이 절대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몸이 정상이라고 착각하면서 살면 안 된다. 적어도 지금은 나의 몸을 똑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몸에 대한 예의도 지키고, 조금 더 섬세하게 살피고, 아껴주어야 살아난다.


아팠을 때 가장 큰 걱정은 부모에게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아이가 아플 때 가슴이 찢어질 듯한 통증을 나도 안다. 내가 아픈 것보다 더 큰 고통이 부모 마음이라는 사실을.


거기다 나눔 반찬까지 진행하고, 나눔 문화제에 참석하면서 내가 환자라는 부담감을 주변에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서, 자칫 나의 몸에 대한 긴장감이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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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좋다.

환자가 되고 나서 나의 삶은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다. 일하던 사무실을 그만두었고, 한 달에 2주는 거의 항암 후유증으로 너부러져 지내고, 스스로 나를 위해 이것저것 찾아 먹게 되고, 아들 녀석이 학교 다녀오면 맞이한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생활이지만, 지나면 무엇인가 나아지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거기다 나는 이상하게 내가 암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정말 그렇다 더 건강해질 것 같다.

사실 나는 수술 전이 정말 심각했다. 1여 년을 데굴데굴 굴러가며 고통에 소리 지르고, 살이 빠지고, 혈색은 노랗다 못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하게 보냈다.

그러다 수술하고 나서는 배가 아프지도, 딱딱하지도 않고, 체하여 꼼짝 못 하지도 않고, 정말 살아 있는 것 같다.

고통이 무서워서 그 시간이 지나면 사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더 커서 아프다는 사실보다는 그 고통이 덜하다는 사실에 눈물만 난다.


그리고 두 달 전보다 나는 지금 살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항암 치료가 틈만 나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바뀌는지 모르겠다. 머리카락이 빠져도 독한 항암 때문이라고, 못 먹어도 항암 탓, 못 자도 항암 탓, 손발 저려도 항암 탓 뭐 하나 항암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독한 항암으로 나의 살아 있는 세포들이 죽어가고 나도 환자가 되어간다. 이런 생각이 정말 틈만 나면 터져 나온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항암 덕분에 지금 내 몸에 긴장을 요구하게 되었고, 내 몸이 정상인처럼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을 잠시 멈추게 해 주었다. 아마 수술만으로 치료가 끝났다면, 지금 어땠을까?

몸에 긴장하는 습관을 준 이 시간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부터 지금의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받아들이며 생활하자.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치유의 기본이지만

그것이 지나쳐

나만 사랑한다는 것의 위험성을 느낀다.

그것은 자치 잘못 받아들이면

즉,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것만 생각한다면

매우 위험하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경계를

잘 살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말씀이라도

그것에 지나침이 있다면 조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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