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어머니가 시골에서 생들깨를 보내 주셨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나서 들깨강정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이니 일단 2컵 정도를 깨끗이 씻어서 볶았다. 그리고 해바라기씨와 호박씨를 넣고 생협 조청을 끓여 넣었는데 맛은 좋았는데, 강정이 아니라 죽이 된 듯 뭉쳐지지 않아 실패 했다. 이렇게 음식을 해 먹었는데, 나는 이 과정에서
이렇게 요리하는 모습이 좋은데도, 왠지 씁쓸하고 섭섭하고 안쓰러운 내 모습이 느껴졌다.
먹고 싶은 것을 직접 해 먹어야 하는 그런 씁쓸함.
그런 마음이 남편한테 전해졌고, 애쓰고 있는 남편에게 투정도 부렸던 것 같다.
아파도 스스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처량한 느낌이 든 것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어리석기 짝이 없다.
아프지 않은 것처럼 살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내가 건강하다는 것이고, 단지 내가 긴장을 놓친 나머지 무리를 한 것도 나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도 나한테 일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으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다.
면역체계가 무너져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었지만 뭔가 움직여야 사는 것 같았고,
그리고 지금도 흑마늘을 다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지 그런 것 같다.
집에서 밥하고 반찬 만들고, 이리저리 신경 쓰는 일을 할 때 내 몸을 우선으로 돌보고, 무리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좋아하는 음식만들기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껴야지 환자가, 병자가 투병 중에 내가 먹을 것을 내가 만들다니 하면서 부정적인 요소들을 들춰내면서 우울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렇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원하는 것 한 번쯤 받아먹고 싶다고
그런 생각이 진심인 것같다.
그래도, 생각을 다잡아 본다.
좋아하는 일은 내 병을 낫게 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라고 말이다.
내가 거동도 하지 못할 정도의 중증이었다면, 지금 이런 것도 호강 아닐까 싶다.
내 몸에 대해 감사하고,
긴장하고,
좋아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좋다.
** 다음에 만들때 들깨강정은 볶지 않고 깨끗이 씻어 잘 건조 시켜 만들었다. 조청은 생협조청을 사용했지만, 이상하다. 딱딱하지 않고 끈적인다.
** 흑마늘은 오래된 전기밥솥에 저온숙성시켜 몇개월 해서 먹었다.
** 현미잡곡밥, 시래기밥, 곤드레밥, 무밥, 연근밥을 지어서 가족이 함께 먹는다.
우리집 아이들은 흰쌀밥이 그립다고 늘 말하지만, 꿋꿋이 현미밥 위주의 밥상을 내놓는다.
** 국물요리는 많이 줄어 들었다. 멸치국물(양파, 다시마, 말린무, 말린표고버섯, 당근, 황태 등)을 만들어 먹었지만, 항암시절에는 멸치를 빼고 만들었다.
** 견과류도 자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