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 되도록 살아오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고 그것으로 나의 직업을 택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살았던 것 같다.
얼마 전 22살 먹은 조카 정인이한테 정인아, 네가 좋아하는 것은 요리였잖아, 그런데 지금 총무일을 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니 라고 말했는데, 정인이 왈 이모 좋아하는 것 하고 잘하는 것이 틀리더라.
나는 깜짝 놀랐다. 내 나이 50이 될 때까지 밥 먹고 사는 인쇄출판업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잘하는 일이라 자부했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좋아하는 일로 사회에서 밥 먹고 사는 것이 좋을 듯싶다는 말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의외로 잘 못하고, 게을렀던 것 같다.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그 좋아하는 일에서는 재능에 한계를 느끼면서 자신감이 상실되고, 결국 게으름을 피우게 되었고,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된 듯한 느낌이다.
다시 태어나면 꿔야 할 꿈, 자식한테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그런 꿈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젊은 친구한테 감동을 받았다.
살아야 하는 인생이 있다는 것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이들도 그렇게 자신을 발견하면서 자라기를 바란다. 맞춤옷을 입듯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면 좋겠지만, 아니래도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꼭 허영과 겉에서 보기에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세상에 드러내기 좋은 모양새가 있고, 인기가 있고, 잘난 체하기 좋은 것들을 보통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잠시 착각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고, 물론 좋아하는 것이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일 때 가장 행복하고 괜찮은 인생을 살 수 있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나는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인이 한테 놀랐던 것은, 예쁘게 생겼고, 요리사를 꿈꿨고, 연극도 좋아했던 것 같은데 단체 활동을 하면서 회계니, 총무니 하는 드라이한 일을 한다는 것이 정인이와 어울리지 않다고 내가 착각한 것 같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 녀석에게 어울리는 일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나마 잘하는 일을 좋아하고 있다. 이 일을 통해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내가 젊은 나날에 꿈꿨던 작가는 나에게 인쇄출판업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주었다.
혹 내가 밥 먹고 사는 일이 억지로 하는 것이라면, 한 번쯤 그 직업에 대한 나 자신의 능력을 평가해 보는 것은 어떨지.
나는 행운아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취미로 하고 싶다. 시인을 꿈꿨지만,
꿈꾸는 시인을 다시 꿀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이 시간을 충분히 느끼면서 살아봄을
오늘 지나가듯 흩어지는 바람이
그저 상쾌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