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그 사이에서 춤추는 청춘
현장에서 일을 할 때 넓은 시야로 일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넓은 시야는 비단 일뿐만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나 중요하다. 운전을 할 때도 시야가 넓어야 사고예방이 되고, 야구선수, 축구선수들도 마찬가지라 들었다. 그건 숲을 보는 시야라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무만 보지 않고 숲도 함께 본다면 세상을 살아 가는데 조금 더 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잠시, 명상교실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내가 일을 했던 방식이 명상의 한 방법인 것을 처음 알았다. 초점을 한 군데 집중하면서 주변 시야를 넓히는 명상. 그만큼 시야를 넓히고, 사물을 보면서 알아차린다면 몸과 마음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주변 시야를 넓히는 것과 숲을 보는 것을 나는 하나로 보고 있다.
일이 들어왔을 때, 단순하게 앞에 있는 상황만 해결하는 방식은 결국에는 나를 안주시키고 만다.
나는 그랬다. 일을 처음 배울 때 견적서를 산출하지 못했다. 그래서 견적서를 옆 사무실 지인에게 부탁하면서 일일이 검토하고 다시 현장에서 원가 계산을 반복하면서 배웠다.
왜냐하면 견적서에는 모든 항목이 다 들어가야 하는데 하나라도 모르거나 미처 잘못 계산하면 이익은커녕 원가도 못 받을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디자이너의 가치를 더 올려 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작은 사무실조차 운영할 수가 없다.
그것은 명함이라는 작은 일거리를 했을 경우에도 똑같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그 일의 전체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보통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작업 위주로 일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못내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를 원했지만, 직장인들은 그럴 필요가 없는듯했다.
자신이 맡은 일만 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이다. 하지만, 작은 디자인실은 그렇게 운영하면 직원과 사무실 관계가 참 재미없어진다.
왜냐하면,
작은 디자인실의 문제점이자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단어가 ‘일당백’이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맡은 일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보니, 시간이 흘러 맥킨토시라는 첨단의 컴퓨터가 들어왔을 때 나는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디자이너가 아닌데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작은 디자인 사무실이라는 '일당백'이 나한테 먹혔다는 것이다. 물론 작업의 수준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영업만 뛰었거나, 카피만 했거나, 인쇄진행만 했으면 아마 나는 이 자리에 있지를 못했을 것이다.
그는 내 인생에 있어 좋음과 서운함, 그리고 감각이 뭔지를 가르쳐 준 사람이다.
독립적인 사무실을 만들 때 나는 몇몇 인재들을 만나고 찾아다녔다. 그 사람이 나와 일을 하고 싶어 했다. 나는 감격했고, 행복했다. 그녀는 정말 천재적인 감각으로 일을 했다. 거기다 성실까지 했다.
일을 할 때 그는 주어진 것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 당시 그녀 덕분에 문화단체들의 공연 포스터 의뢰가 자주 들어왔었는데, 그녀는 단 한 번도 익숙하게 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포스터는 거의 칼라로 제작되지만, 그때는 4칼라의 제작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가서 주로 2칼라를 사용하였다.
모눈 대지위에 로터 링 펜과 사진식자 인화지와 교정지로 뿜어내는 작업은 한마디로 화려한 포퍼먼스였다.
작업을 보는 나는 숨이 막히고,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었다.
너무 과한 이야기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그런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를 만나지 못했다.
포스터를 제작할 때 포스터 사이즈도 그녀 손에 가기만 하면 연극의 내용과 함께 변화를 가져왔으며 디자인도 너무나 감격적으로 변했다.
이 난해한 작업을 지시할 때 가장 힘들어했던 곳이 바로, 제판실이다. 지금은 다른 세상이지만, 그때 디자이너의 손과 발이 되어 작업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제판의 기술이 따라 주어야 했다.
일은 그래서,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축구경기도 아무리 뛰어나 선수가 있어도, 팀워크가 더 중요하듯 우리의 작업도 그랬다.
나는 한마디로 그녀를 존경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난 것은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기억 중에 하나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바닥에서 밥을 먹고살 수 있게 해 준 장본인이다.
만약,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이 날개를 달고, 상상하는 대로 표현하고, 하얀 백지에 아름다움을 완성해 가고 싶다.
지금, 디자이너 실장이었던 그 사람이 그립다.
나만의 열정사전
인쇄 칼라
: 세상에 이것만큼 알다가 모를 일이 있을까 싶다. 인쇄라는 과정을 통해 나오는 칼라는 디자이너가 정한 색상, 인쇄기술자가 프린트하는 능력, 그리고 그 색상을 보고 우리는 소통한다.
디자인의 변화- 종이의 규격에 따라
: 종이의 변화를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내용을 담보할 때 종이 사이즈는 나를 흥분시킨다. 이 내용은 넓게, 아니면 세로로 아니면 변형된 이미지로 떠오르는 순간, 행복하다.
견적서
: 모든 것은 견적서에서 시작해서 견적서에서 끝난다. 일을 배우려면 무조건 견적을 뽑는 것부터 배우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