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시렁 4
지금 사춘기를 맞이한 아들은 시골에 있는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다. 14살,
이제 십대 초반을 지나고 있는 아름다운 나이 14살은 모든 것이 서투른 나이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보면 한없이 어리고 철없는 나이겠지만, 그들은 심각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아름답고, 신비롭다. 이 땅의 아이들이 책상에 종일 앉아서 교과수업을 하고 있을때 태양이는 스스로 무슨 공부를 할지를 찾아 나선다.
자신들의 존재를 유감없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거다.
지난겨울, 아빠와 나란히 광화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비정상적인 나라에서 맞이하는 사춘기 아들이 아빠와 함께 광장으로 갈 때, 참 기특했다.
물론 가기 싫을 때는 나가지 않았고, 나갈 때는 아빠와 서로 의지하며 광화문으로 향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시대에 아이들 앞에서 쪽팔리고 안타까운 시대를 지났지만, 역사적인 순간 아들과 함께 광화문에 있었던 것을 기꺼이 기쁘게 생각할 것이다.
혼돈의 시대에 맞이한 중학교 1학년 태양이는 어떤 생각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까 궁금하다.
어쩌면 축복받은 아이가 아닐까 싶다.
태양이가 다니는 학교의 전통은 입학하기 전 도보여행이다. 태양이도 4박 5일 동안 남해 한 바퀴를 걸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짐을 메고 친구들과 함께 걸은 태양이를 마지막 날에 맞이하는데 정말 한 뼘은 훌쩍 자란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추위가 가시기 전 출발했는데, 남해는 어느 덧 봄기운으로 아이들을 맞이했다.
맺음식이 끝나고, 다들 헤어지는 찰나, 갑자기 모든 아이가 윤도현의 '나는 나비'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이 아닌가? 아, 정말 감동이다. 이 작은 몸짓하나에 자식을 키우는 보람을 느끼다니, 나는 그날 정말 뭉클함이 올라 덩달아 흥분했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살이 터져 허물벗어
한번 두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젠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꺼야
이 노래가 지금, 이 순간 너무나 간절하게 이어지는 것은 태양이가 그 안에서 춤을 추고 날고 있는 모습을 봤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시골 행사는 그 규모가 작지만 친밀하고 소통이 잘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지역의 농민회, 시민단체 등과 함께 학교 학생들도 모여 4.16세월호 참사 3주년 추모식 행사를 자그맣게 했다. 학생들과 동네 주민들이 세월호를 기억하면서 춤을 추었다. 그곳 끄트머리에 태양이도 있었다.
서울에 있는 나도 지인이 보내온 실시간 동영상을 보게 되었고,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가 시대를 조금씩 기억하는 방법을 만난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