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이 살살 가슬가슬해지면
시어머니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메주콩을 가마솥에 뭉근하게 삶아
겨우내 구들장에서 띄웁니다.
날이 차지니,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신앙촌 담요로 꼭꼭 숨긴 메주에서
어느새
구수한 맛을 풍기는
흰곰팡이, 푸른곰팡이들이 뭘 잘 못 했나 싶어
쭈뼛쭈뼛 망설이다 어머니의
환한 모습에 활짝 핍니다.
2.
아담한 담 뒤뜰에는 된장
고추장
간장
멸치 액젓 항아리들이
햇빛과 바람과 비를 받고 오늘도 자식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변함없는 세월을 담담히 담아
두 손 모아 빌었을 자식들의 안녕
젖동냥으로 키웠다던 막내도
밥 먹고 사는데
어머니의 무릎은 오늘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3.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구수한 저녁 밥상머리
밥 투정하는 아들의 입 짧은 모습조차
복에 겨운 오늘,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르면
해주고 싶어도 해 줄 수 없는 밥상에
지금, 시골로 달려갑니다.
어머니를 뵈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