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를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바람 Aug 07. 2017

집 된장

1.


날이 살살 가슬가슬해지면

시어머니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메주콩을 가마솥에 뭉근하게 삶아

겨우내 구들장에서 띄웁니다.

날이 차지니,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신앙촌 담요로 꼭꼭 숨긴 메주에서

어느새

구수한 맛을 풍기는

흰곰팡이, 푸른곰팡이들이 뭘 잘 못 했나 싶어

쭈뼛쭈뼛 망설이다 어머니의

환한 모습에 활짝 핍니다.



2.


아담한 담 뒤뜰에는 된장

고추장

간장

멸치 액젓 항아리들이

햇빛과 바람과 비를 받고 오늘도 자식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변함없는 세월을 담담히 담아

두 손 모아 빌었을 자식들의 안녕

젖동냥으로 키웠다던 막내도

밥 먹고 사는데

어머니의 무릎은 오늘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3.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구수한 저녁 밥상머리

밥 투정하는 아들의 입 짧은 모습조차

복에 겨운 오늘,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르면

해주고 싶어도 해 줄 수 없는 밥상에


지금, 시골로 달려갑니다.

어머니를 뵈러 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