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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Apr 11. 2023

집 된장

인생, 참

오래전, 브런치를 시작할 때 다른 매거진에 올린 시들이다.

아마, 이 시를 쓸 때쯤 그랬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나이들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집을 짓는 이야기에서 결코 빼 먹을 수 없는 시댁의 삶을 적어놓았던 시를 옮겨 본다


- 봄담집이되어가다-는 일주일에 한 편 정도의 글을 올 릴 수 있도록 노력^^



2.



집된장



1.

날이 살살 가슬가슬해지면

시어머니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메주콩을 가마솥에 뭉근하게 삶아

겨우내 구들장에서 띄웁니다.

날이 차지니,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신앙촌 담요로 꼭꼭 숨긴 메주에서


어느새


구수한 맛을 풍기는

흰곰팡이, 푸른곰팡이들이 뭘 잘 못 했나 싶어

쭈뼛쭈뼛 망설이다 어머니의

환한 모습에 활짝 핍니다.



2.

아담한 담 뒤뜰에는 된장

고추장

간장

멸치 액젓 항아리들이

햇빛과 바람과 비를 받고 오늘도 자식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변함없는 세월을 담담히 담아

두 손 모아 빌었을 자식들의 안녕

젖동냥으로 키웠다던 막내도

밥 먹고 사는데

어머니의 무릎은 오늘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3.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구수한 저녁 밥상머리

밥 투정하는 아들의 입 짧은 모습조차

복에 겨운 오늘,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르면

해주고 싶어도 해 줄 수 없는 밥상에


지금, 시골로 달려갑니다.

어머니를 뵈러 갑니다.







저녁 무렵



마늘쫑을 솎아내기에는 이른 날

경상남도 산청 오부면 시댁을 떠나

서울 마포구 성산동 집으로


붉은색과 검은색 조화가 외로워 보이는

답답한 경부고속도로


서울의 일상을 집어삼켜서

좋았던

그 곳을

오늘 만이라도

집으로 데려가고 싶지만,



이 멀다.


나의 현실은 거친 백미러들에

갇힌채 숨이 막히고

아궁이에 군불 지핀 하룻밤 기억은

이미 길에서 소외된다.


밀리는 차들이 집으로 가고 싶어 안달 난 것처럼

익숙한 외로움은



벌써 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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