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브런치를 시작할 때 다른 매거진에 올린 시들이다.
아마, 이 시를 쓸 때쯤 그랬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나이들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집을 짓는 이야기에서 결코 빼 먹을 수 없는 시댁의 삶을 적어놓았던 시를 옮겨 본다
- 봄담집이되어가다-는 일주일에 한 편 정도의 글을 올 릴 수 있도록 노력^^
2.
집된장
1.
날이 살살 가슬가슬해지면
시어머니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메주콩을 가마솥에 뭉근하게 삶아
겨우내 구들장에서 띄웁니다.
날이 차지니,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신앙촌 담요로 꼭꼭 숨긴 메주에서
어느새
구수한 맛을 풍기는
흰곰팡이, 푸른곰팡이들이 뭘 잘 못 했나 싶어
쭈뼛쭈뼛 망설이다 어머니의
환한 모습에 활짝 핍니다.
2.
아담한 담 뒤뜰에는 된장
고추장
간장
멸치 액젓 항아리들이
햇빛과 바람과 비를 받고 오늘도 자식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변함없는 세월을 담담히 담아
두 손 모아 빌었을 자식들의 안녕
젖동냥으로 키웠다던 막내도
밥 먹고 사는데
어머니의 무릎은 오늘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3.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구수한 저녁 밥상머리
밥 투정하는 아들의 입 짧은 모습조차
복에 겨운 오늘,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흐르면
해주고 싶어도 해 줄 수 없는 밥상에
지금, 시골로 달려갑니다.
어머니를 뵈러 갑니다.
저녁 무렵
마늘쫑을 솎아내기에는 이른 날
경상남도 산청 오부면 시댁을 떠나
서울 마포구 성산동 집으로
붉은색과 검은색 조화가 외로워 보이는
답답한 경부고속도로
서울의 일상을 집어삼켜서
좋았던
그 곳을
오늘 만이라도
집으로 데려가고 싶지만,
길
이 멀다.
나의 현실은 거친 백미러들에
갇힌채 숨이 막히고
아궁이에 군불 지핀 하룻밤 기억은
이미 길에서 소외된다.
밀리는 차들이 집으로 가고 싶어 안달 난 것처럼
익숙한 외로움은
벌써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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