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는 사이

소름 돋는 무의식

by 솔빈

회사 동생이 휴식시간에 나에게 물었다.

“형, 이번에 형네 동네에 ㅇㅇ갈비라는 집 가보려는데, 어때요? 맛있다던데.”


그 말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거기보단 ㅁㅁ갈비가 더 나아. 그 집이 훨씬 괜찮아.”


그런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ㅇㅇ갈비에 가본 적이 없었다.

입구를 스쳐 지나친 기억은 있지만, 안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메뉴도 몰랐다.

그저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나 분위기로 짐작했던 것뿐이다.


나는 마치 우리 동네 갈비집들을 다 경험해 본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사실, 딱히 깊이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익숙한 말투로 툭 나왔다.


뭐 맛집 하나 추천한 거 가지고 뭐 그렇게 진지하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겪지도 않았는데 겪은 척,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했다.


단순한 말실수 같지만, 그 뒤엔 조용히 작동하는 뇌과학과 심리학이 있었다.


**신경과학자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는 인간의 뇌가 체중의 약 2%를 차지하지만,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20%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인간의 뇌는 가능한 한 에너지를 아끼려는 경향이 있는데, 생각을 깊이 하는 대신 익숙한 경험과 정보에 기대어 빠르게 결론을 내린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뇌의 전략을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부른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깊은 사고를 피하고, 익숙한 정보에 의존해 판단을 내리는 경향을 뜻한다.


그런데, 그 판단이 틀렸을 때조차 우리는 그것을 ‘스스로 생각한 결과’라고 믿는다.

겪지 않았는데도 겪은 것처럼, 모르는데도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


“거기보단 ㅁㅁ갈비가 더 나아. 그 집이 훨씬 괜찮아.” 이 한마디엔 뇌과학도 있지만 심리도 숨어 있었다.


바로, 인정욕구다.


사람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특히 내가 사는 동네나, 내가 아는 분야가 나오면 ‘그건 내가 좀 아는 거야’라는 신호를 보내고 싶어진다.


꼭 티를 내지 않아도, 말투나 반응에 그 마음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사실, 나 역시 몰랐지만 그 순간엔 나도 인정받고 싶었던 거다.


“이 동네 내가 좀 알아.”

그 짧은 말속에, 그 마음이 들어 있었다.


이 이야기에 핵심은

뇌는 덜 생각하려 하고, 마음은 인정받고 싶어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겪지 않은 걸 겪었다 하고, 알지 못하는 걸 안다고 말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말은 또 다른 누군가의 판단이 되고, 방향이 되며, 어쩌면 인생의 결정을 바꾸기도 한다.


나는 단순히 맛집을 추천한 일을 계기로 내 안에 이런 무의식과 심리 기제가 있다는 걸 깨닫고, 소름이 돋았다.


이건 단순히 말조심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가 전하는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조심하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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