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학창 시절, 어린 시절, 젊은 날의 한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그때는 그랬지.” 하며
미소 짓는 추억도 있고,어쩐지 그립기까지 한 장면들도 있다.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기억하고, 추억하고, 가끔은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기억들은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불쑥불쑥 재생된다.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속 ‘기억 저장소’처럼 어디선가 튀어나와 나를 붙잡는다. 심지어 원치 않는 타이밍에,특별한 맥락도 없이 스르르 올라온다.
물론 영화 속처럼 “좋은 기억”이라면 그저 웃으며 넘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나쁜 기억들’이다.내 기분을 가라앉히고, 하루를 먹먹하게 만드는 장면들.
이왕이면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지우고 싶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 말이다.
누군가는 쉽게 말한다. “그냥 받아들여.”, “너무 예전에 매몰되어 있는 거 아냐?”, “이제 좀 털고 살아야지.”
그런 말들이 때로는 섬뜩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인 줄 알지만,
그 무심한 조언이 나의 마음을 더 외롭게 만든다.
만약 내가 정말 그렇게 쉽게 잊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이 글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이 못 된다. 천성이 그렇고, 기질이 그러하다. 그래서 상담을 받고, 글을 쓰고,
말로 꺼내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예전 같았으면, 기억 하나가 튀어나올 때마다 기분은 바닥을 뚫고 내려가고 ‘차라리 죽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글이라는 통로가, 나를 다시 끄집어내 주었다.
내 생각을 머릿속에만 쌓아두지 않고 누구든 상관없이 — 상담 선생님, 병원 원장님, 지인, 낯선 독자에게라도— 말로 꺼내보려고 노력하다 보니, 내 안의 응어리들이 조금씩 잘게 부서지고 있다. 물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완치도 아니고, 탈출도 아니다. 그냥 하루를 하루답게 살기 위한 노력일 뿐이다.
가끔은 나도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도대체 왜 그 기억 하나에 멈춰서는 거야?”하고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바보라서 옛 기억에 매몰된 게 아니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나서 잠시 바보가 되었을 뿐이다.
나는 아직 내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그 기억이 나를 완전히 집어삼킨 건 아니다. 나는 계속 글을 쓰고 있고, 생각을 정리하고, 내 식으로 살아가려 애쓰는 중이다.
브런치도, 블로그도 어쩌면 내게는 일종의 분노일기장이다.
손으로 쓰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쌓인 생각을 쏟아내고,
누군가에게 닿을 수도 있다는 기대와 함께 발행 버튼을 누른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도,나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