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일주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올해는 멀리 여행 가자를 입에 달고 살았었는데 한 번도 제대로 된 여행을 하지 못해서 계속 아쉬워했었다. 그런데 드디어 날씨와 시간이 맞아서 갈 수 있게 되었었다.
부산.. 21살까지 살던 장소. 애정과 애증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장소다.
설레면서도 누군가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속으로는 조마조마했던 것 같다.
사실 마주치면 어떠한가 싶다가도 그 짧은 시간에 오갈 스몰토크와 부담스러운 그 상황이 싫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지나쳐가는데 우스갯소리로 “여긴 뭐 변하질 않네”하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내가 여길 다시 지나가다니 하는 생각도 같이 스쳐 지나갔다.
감회가 새롭다기보다는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던 듯하다. 좋은 기억만 잔뜩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좋은 기억은 휘발되고 안 좋은 기억들만 남아서 그런 것이려나..! 그냥.. 그랬다고~
부산 바다가 참 좋고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니까 부산을 가면 광안리를 꼭 가는데, 사실 거주할 때는 해운대, 광안리를 잘 찾아가진 않았다.
사람이 많기도 하고 여름이면 꼭 가는 바다를 뭐 하러 다른 계절에 보냐며..
하지만 이렇게 여행으로 가게 되면 꼭 들르게 된달까..ㅎ 정화되는 느낌이 좋은 거 같다. 동해바다도 나름 자주 가봤지만 특히 강릉 같은 곳은 완전한 관광도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인지 피곤한 느낌이 강한데 부산은 관광도시이면서도 사람들이 전부 다 강한 억양의 사투리를 쓰다 보니 '아, 내가 진짜 여행을 왔구나' 싶은 거 있잖아? 그런 게 나름 좋았던 거 같다.
그럼에도 여행은 체력소모가 큰 행위임은 분명하다.
숙소가 아무리 편하고 좋아도 음식이 아무리 맛있고 볼거리 많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어도 말이지.
또 언제 내려가려나 싶은 곳이다. 그럼에도 또 갈 거 같다.
애정과 애증이 아니라 이젠 한참 지난 일이라 그냥 다 잊고 즐기고 올 수 있을 거 같거든.
이 여행이 여러모로 큰 원동력이 된 것이 나는 주기적으로 여행이란 것을 해야 살아내는 힘이 생기는데
꽤 오랜 기간 머물렀기에 사람 사는 느낌도 느끼고 타지에서는 크게 들을 수 없었던 사투리를 들으면서
정겹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쩔 수 없는 경상도 남자인가 보다.
그리고 사람이 많아서 힘들지 않았던 장소가 손에 꼽히는데 부산은 특히 그런 듯하다. 어쩌면 그냥 이유 없이 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이 있는 근처는 더욱 그런 거 같고.. 어디서 살든 무슨 상관이냐만은..
나이가 더 들고나면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이는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그게 부산이라면 더 좋고!
이렇게 여행을 하며 내년을 위한 체력 비축하기는 벌써 시작됐다. 일주일간의 여행을 시작으로 말이지..
또 살아내야 하잖아? 오늘도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