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안 좋은 기억들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물론, 나도 그렇다. 셀 수 없이 많은 기분 나쁜 기억들이 내 머릿속을 괴롭히곤 한다. 그래서, 우울증이 왔고, PTSD를 앓고 있다.
처음에는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인이든 가족이든 알아줬으면 했다.
하지만 멀리하려 하고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고 나서는 이걸 감추기에 급급했었고 하나둘씩 떠나는 것 또한 자주 겪었다.
한 때는 이 반추사고가 죽을 만큼 싫었다. 기억하기 싫은 일들을 기억하게 되고 가만히 있음에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겪게 되는 재경험이란 아주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좋은 기억은 빨리 휘발되고 나쁜 기억은 뼛속까지 오래 남는다고 했던가. 그래도 이제는 몇몇의 기억을 제외하고 큰 틀의 기분 나쁜 기억만 있고 서서히 흐려지는 거 같음을 느낀다.
이 플랫폼에 선정되고 나서 나는 내 이야기를 혹여나 누가 알아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럼에도 내가 글 쓰는 것을 멈출 수 없었던 건, 안 좋은 기억을 자꾸 털어내야 나를 살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실제로 많이 털어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반추사고를 계속하는 것이 나에게 스트레스가 되진 않냐고 물어왔었다.
내 대답은 “처음엔 많이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덕분에 집중도는 조금 더 올라간 거 같다”
라는 대답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글을 쓰는 장르가 리뷰글이라던가 소설이 아니라 자전적 에세이라서 더 걱정을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에세이라 함은, 대개 본인의 경험을 쓰기도 하고 본인의 생각을 단편으로 주욱 써 내려가기도 하지 않는가?
그러려면 내 경험 속에 좋은 기억, 나쁜 기억, 생각들을 꺼내야 한다. 유쾌한 일들만 쓸 수는 없다.
실제로 유쾌한 일들만 있는 삶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나는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으로 아픔을 크게 얻은 케이스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이 된다. 그렇다고 내가 그 아픔들을 양분 삼아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고 싶은 사람이다. 사실 성공도 모르겠고,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는 사람이랄까.
아무튼, 내 이야기들을 한 편 한 편 꺼내놓음으로써 성과라면 회복탄력성이 조금이나마 생겼다는 거?
진짜 괜찮기 때문에 괜찮다고 할 수 있고, 진짜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되어서 습관처럼 그럴 수 있지라고
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그리고 무던히 넘길 수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는 나 이제 완치됐어!라며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하겠지만 좋아지고 있고 좋아졌다.
글을 쓰는 덕분에 내 일주일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