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우리나라에는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많아졌다.
그렇다면 나는 인간관계를 힘들어하지 않느냐? 아니다. 속된 말로, 인간관계는 더럽게 어렵다.
연인 관계도 그렇고 친구나 지인도 그렇다.
백 번 잘해도 한 번만 엇나가면 금세 금이 가버리는 게 인간관계 아니던가.
사실 나는 관계의 바운더리가 넓지 않다. 좁디좁은 그 안에서도 늘 크고 작은 파동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작은 소동마저도 내겐 종종 버겁다. 예민하고 눈치로만 살아온 내게,
사람의 감정 변화는 너울 치는 파도처럼 먼저 들이친다.
'오늘은 이 사람 기분이 가라앉아 있구나.'
'오늘은 저 사람 표정이 조금 다르네.'
나는 남들보다 조금 빨리 알아차려버린다. 그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피곤하다는 거다.
위로도 잘하고 싶고, 이해심도 넓은 사람이 되고 싶고, 공감도 잘하는 사람이고 싶었지만, 나는 우주 속 먼지 같은 사람이라 모든 걸 잘하긴 쉽지 않더라. 더구나 알음알음 배워온 사회성으로 건네는 위로나 공감이 가끔은 엇나가 오해로 돌아오기도 했다. 정말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서른을 넘긴 지금도 인간관계는 여전히 너무 어렵다. 과한 친절도 문제고, 무심함도 문제다.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뒤부터는 그저 ‘나답게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물론, 나다운 게 정확히 뭔지도 아직 잘 모르는 꼬맹이에 불과하지만.
사람 사이에는 시절인연이 있다 하던가. 오는 사람 붙잡지 말고, 가는 사람 막지 말라고.
자연스러운 관계가 가장 건강한 관계라지만, 아직은 그게 잘 안 된다.
나는 정이 많고, 사람 좋아하는 성격이라 멀어지는 것에 특히나 서툴다.
붙잡고 싶은 마음과 보내야 한다는 마음이 매번 엇갈린다.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한다. 학교에서 국·영·수만 가르칠 게 아니라, 사회적인 것도 가르쳐줬다면 어땠을까?
‘인간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사랑과 이별은 어떻게 견뎌내는지.’
‘혼자 살기 힘들어질 때,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배웠더라면, 지금의 나도 조금은 덜 헤맸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공부 중이다.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을. 상처받지 않고 솔직하게 지내는 법을.
그리고 나를 잃지 않으면서 사랑받는 방법을.
나는 미움받기보다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다.
오늘도 조심스럽게, 그러나 솔직하게, 인간관계라는 숙제를 풀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