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우울증 환자에게 외로움은?

by 딥페이지

다른 사람들도 많이 느끼겠지만, 특히 혼자 지내는 사람들은 외로움이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고, 연인이 있더라도 하루가 끝나고 캄캄한 방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의 공기는 종종 씁쓸하다.
불이 꺼진 방 안에서 혼자 신발을 벗고, 혼자 불을 켜는 그 짧은 순간이 유독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만성 우울증을 앓고 있다. PTSD도 있고, 공황도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나는 외로운 사람인지, 밝은 사람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잘 웃고, 잘 듣고,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까.

그러나 외로움이라는 녀석이 찾아올 즈음의 나는, 한참 우울에 잠긴 상태로 존재한다.

잘 지내다가도 아픔과 슬픔이 불쑥 찾아와 나를 툭 치고 지나가면,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다.


외로움이 극에 달하면 무쓸모함을 느낀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시작된다.
존재 가치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질문을 붙잡고 놓지 않는 어리석은 짓을 반복한다.
머리가 아파오면 결국 잠이라는 도피처로 숨어버린다.


하지만 외로움이 깊은 날의 잠은 개운하지 않다.
꿈마저 편안하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해를 당하는 장면들이 반복된다.
사람들은 말한다.
“꿈은 반대라잖아,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믿거나 말거나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예민한 나는 가끔 그 꿈들이 현실처럼 이어질 때가 있어 더 무서웠다.


외로울 때는 입맛도 사라진다.
먹고 싶은 음식도, 무엇을 먹어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고장 난 회로처럼, 아무리 다시 맞춰보려 해도 작동하지 않는다.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면 하루 종일 물만 마시며 버틴 적도 있다.


이런 나를 돌아보며 깨닫는다.
나는 사람을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늘 사랑을 갈구해왔던 사람이었구나.
외로움은 단순히 곁에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알아주길 바랐지만 그 바람을 받아줄 사람이 없다고 느껴질 때 더 크게 찾아온다는 것도.

아직 이 외로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배우지 못했다.

여전히 미숙하고 서툴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몸으로 익히는 중이다.
나는 사랑받고 있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싶은 사람인가 보다.



추신. 외로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래요.

여러분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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