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우울증인 나에게 글쓰기란?

by 딥페이지

지난 회차에서 외로움에 대해 썼다면, 이번 회차에서는 나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외로움의 연장선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활자중독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독서를 좋아했고, 쓰는 것도 좋아했다.


공부를 곧잘 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책이라도 많이 읽자는 생각이 먼저였다.
문제를 잘 풀기보다는 문맥을 읽고,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라도 놓치지 않기 위한 나름의 생존 전략이었달까.


우울증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인지능력 저하라는 걸.
나는 이 병과 10여 년을 함께 살아오며 그 증상을 꽤 강하게 겪었다.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문장을 읽어도 의미가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
한 문단을 이해하기 위해 같은 글을 세 번, 네 번 다시 읽어야 했다.
책 읽는 걸 좋아했고, 쓰는 걸 좋아했던 나에게 그 사실은 꽤 큰 충격이었다.
‘아, 내가 정말 바보가 되어가나?’
솔직히 말하면 조금 슬펐다.


그래서 오히려 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들었던 아주 가벼운 강연에서 한 문장이 계속 맴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말이 이상하게도 경종처럼 울렸다.


그때부터 블로그를 시작했고, 다른 플랫폼에도 조금씩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리가 안 된 감정들을 마구 쏟아내는 수준이었고,
어떤 날은 쓰다 말고 스스로에게 질려 창을 닫기도 했다.

어쩌면 글쓰기는 나에게 돌파구이자 숨구멍이었을 것이다.


반추사고를 하며 아픈 이야기를 꺼내 글로 쓰는 일이
나를 더 아프게 만드는 행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글을 쓰는 과정이 늘 편하지만은 않았다.

문단마다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말이 너무 튀지는 않는지,
같은 문장을 수없이 고치며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했다.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존심 때문에 완벽하고 싶었던 나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이 플랫폼들에게 나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글들이 나를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죽고 싶다는 생각에 발버둥치던 나,
이 세상에 쓸모가 있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따지던 나,

내가 사라져도 누가 나를 찾을까 고민하던 나를 글쓰기가 붙잡아주었다.


만성 우울증을 가진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글쓰기 하나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쓴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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