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온도.

by 딥페이지

어느 날 문득, 정말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내가 들었던 말들, 지나가듯 스쳐간 듯했던 말들까지도
사실은 전부 사랑이었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순간이었다.


“잠은 잘 잤니?”
“밥은 먹었어? 뭐 먹었어?”
“지금 나 여기야. 이제 집으로 가는 길이야.”
“오늘도 고생 많았어. 잘 자.”


그동안은 그냥 일상의 말이라고 여겼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질문이고, 누구에게나 던지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말들이 전부
나를 향한 마음의 일부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성 간의 사랑뿐 아니라
친구 사이에서, 지인 사이에서 오가는 안부에도
작은 사랑이 스며 있다는 사실이
이제야 보였다.


매일 안부를 묻는 건 어렵다.
우리 모두 바쁘고, 각자의 하루를 버텨내야 하니까.
하지만 가끔, 정말 가끔 문득 날아오는 “넌 요즘 어때?”라는 한 마디가
놀라울 만큼 마음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저 생각나서, 그저 스쳐서,
그저 괜찮은지 궁금해서 보내는 말.
그 안에 담긴 온기를
나는 왜 이제야 알아차리게 되었을까.


어쩌면 예전의 나는
사랑을 거창한 형태로만 보았던 것 같다.
선물이나 이벤트처럼 확실히 눈에 보이고
확신을 줄 수 있는 것만 사랑이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기에 말 한마디의 온기를
놓치고 지나간 적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세상에 가장 따뜻한 사랑은
대단한 말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말 속에 숨어 있다는 걸.


오늘의 나는,
그 작은 말들이 얼마나 큰 마음인지
그제야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알게 된 만큼은 소중하게 간직하려 한다.

가끔 들려오는 안부 속에서
나는 누군가의 생각 속에 잠시 머무는 존재이고,
누군가는 나를 걱정해주고 있다는 사실.

그 깨달음이 오늘의 나를 조금 더 숨 쉬게 한다.

그저 “잘 잤어?”라는 말에도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을 이제는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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