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력은 얼마나 ㅇㅇ한가.

그럼에도 꼭 가야만 하는가

by Donna

한 가지 일만 몰두해도 버거운 시간에 짬짬이 글을 쓰고 연습을 하건만, 체력으로 하는 일은 체력이 모든 걸 말해주니 지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예전 같았으면 머리로는 해야 할 게 많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하지도 못할 걸 스트레스로만 채워지는 하루하루에 지쳤을 텐데, 지금은 해야 할 것을 만드는 것도 그것을 실행하는 것도 지치지 않게 자연스럽게 굴러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이렇게 글을 써야 한다는 것도 일상이 되려면 시간이 좀 흘러야겠지. 또 날 다그치면 이것도 하다 만 콘텐츠로 몰락할 테니까. 나는 균일하게 정기적으로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을 때 하는, 그렇지만 가늘고 길게 가는 길을 택하련다. 왜냐면 글은 언제든 쓰고 싶어 지니까. 그래서 만들었으니까. 또 나의 상황은 계속 변해져만 가니까.




나의 모든 수익을 공연으로만 채우겠다 다짐한 지 3년, 큰돈도 아니고 적은 돈으로도 카드값과 월세가 채워졌었다. 이 정도로 살다가 점점 일이 많아지고 페이가 오르면 걱정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던 사이 재작년 12월 갑자기 윗니 앞 치아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통증이 생각보다 심각해 진료 예약을 기다리던 1주일은 진통제를 먹으며 통증을 버텼었다. 그리고 그게 숨 막히는 카드값으로 불똥이 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다. 아니지 교정으로까지 연결될 줄은 몰랐을 거다. 어렸을 때도 약간의 부정교합이 있어 교정을 권유받았었지만 배우 생활에 엄청난 의욕과 열정이 있었던 터라 얼굴이 변하는 것을 원치 않았었다. 뭔가 교정을 하면 턱이 훅 들어가 보인다거나, 태어난 입술이 두꺼워 매력이 배가 되는 것 같다고 믿었던 나의 묘한 신뢰가 교정으로 얆아지면 본연의 얼굴에서 매력이 급 감소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나름 부족 같은 매력이 흐르고 혼혈 같은 느낌이 흐르고 중성적인 매력이 흐르는 나의 얼굴은 내가 봐도 쉽사리 보일만한 얼굴은 아니었다. 아무리 Ai가 판을 친다고 하더라도.


치과 진료비는 갈 때마다 혀를 내둘렀다. 한 번 방문할 때마다 100만 원 이상 비용이 나갔고 치아 2개만 하더라도 70만 원 정도 나가는데 갈 때마다 100만 원 이상의 돈이 나가니 70만 원은 우스워졌다. 100만 원 이상의 돈을 카드로 결제하고 할부로 했을 경우를 생각한다면 70만 원은 뭐랄까, 3개월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나름의 지인 할인으로 들어갔지만 교정의 끝 마무리 시점에 정신을 차려보니 한 달에 숨을 안 쉬어도 100만 원이 훌쩍 넘는 할부금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 달에 나갈 돈이 그 돈뿐이랴. 일을 하면서 도시락 싸고 커피마저 내려마시는 주제에 (물론 맛이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님) 월세에 보험료에 이런저런 요금 하면 월 200은 그냥 나가는 거다. 아차,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줘야겠다. 나는 직장인이 아니다. 매월 고정적인 월급이 나오는 일이 아닌 어떤 달은 10만 원의 수익이 어떤 달은 50만 원의 수익이 어떤 달은 0원의 수익이 나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월 200만 원의 돈을 내기 위한 나의 노력은 얼마나 처절한가. ‘처절’이란 단어를 정정하겠다. 나의 노력은 얼마나 ㅇㅇ한가.


올해 상반기 6월까지 공연, 행사가 전혀 있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돈을 벌어야 하니 인체모델 혹은 아트모델로 근근이 카드값과 월세를 벌며 살고 있었다. 사실 작년 2학기가 시작되기 전 8월에 에이젼시 대표와 실장이 우리 집 고양이를 빌미로 집에 방문한 적이 있다. 나는 흔쾌히 이쁘고 귀엽고 엉뚱한 우리 냐옹이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초대했지만 속사정은 그것이 아니었다.


“돈나씨, 모델이 너무 없어요. 전처럼 1주일 모든 날을 할 수 없을 테니 되는 날만이라도 해줘요. ”


다시 일해 달라는 말은 나의 능력이 60%는 인정받았다는 뜻이겠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래도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자존감을 되찾았고 새로운 감각에 눈을 떴고 명상의 길을 찾았으니 일단 고민해 보겠다 말하고 돌려보냈다. 일상생활 속에 뇌는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으니 해도 될 이유와 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나열했다.


해도 될 이유.

1.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2. 멍 때릴 수 있다.

3.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멍을 때리는데 돈을 번다.


하고 싶지 않은 이유.

1. 어느 순간 예민도가 극에 달한다.

2. 존중과 예의가 없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3. 다들 엄청난 예술가처럼 행동하는데 되려 엄청난 예술가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했으면 하는 수업.

0. 화실을 제외한 대학교 수업.


대학교 수업만 하겠다고 선언하고 다시 모델일을 시작했다. 그 이유는 다른 세대를 만날 일이 점점 없어지고, 동시대에 만날 미래의 예술가들을 만나는 절호의 찬스였으며 아직 자신만의 세계가 구축되지 않은 빨강과 주황 사이에 알 수 없는 색의 스팩트럼이 펼쳐져 있는 그들에게 작지만 울림 있는 자극 혹은 영감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비록 나의 욕심일지라도.


다시 첫 소재로 돌아와 예민해지기 이전까지의 할당량을 실행하면서 밖에서 최소한으로 주차비와 유류비만 썼음에도 나는 매달 허덕이는 하루를 보냈다. 1주일의 3일은 모델일을, 이틀은 연습을 그리고 하루는 플라멩코 수업으로 일주일의 스케줄을 채웠다. 내가 다시 모델일을 하면서 다짐했던 것은 돈을 버는 일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었다. 돈만 생각하면 돈을 좇느라 해야만 하는 일을 못하는 일이 생기는 과거를 다시는 후회하지 않으리.


그래도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알몸을 보여준다는 것은 티 나지 않은 예민함이 몸에 축적된다. 매 순간 어디선가 노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작업자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과 장소의 환경이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점점 자란다. 그게 감당할 수 없을 때면 지금처럼 비행기 티켓을 찾아보고 한국을 최대한 멀리 떠나고 싶어진다. 다행히도 나는 플라멩코 춤을 하고 있으니 나의 도피처는 언제나 그렇듯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의 일정을 처음 아니면 끝 아니면 중간으로 두고 스페인 주변의 나라를 여행하던 나의 옛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또다시 스페인으로 떠날 날을 지켜보고 있다. 돈? 없다. 카드값? 내면 끝이다. 월세? 이건 또 어떡하지? 답이 없다. 그래서 개인사업자로 대출을 알아보려 한다.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최소 혹은 최대는 얼마까지 일까. 5월 한 달 내내 미루고 미루던 카드 할부를 정리했더니 600만 원 정도의 원금이 있었다. 거기에 비상금 대출 500만 원에 예술인 대출 남은 원금 250 정도 치면 천만 원이 넘는 돈인데 이 돈을 한꺼번에 갚을 만큼 대출을 해줄 수 있을까. 아니면 반이라도. 돈을 벌기 위한 부업 아니면 부업 같은 메인으로 인생을 산다는 것은 참 바쁘고 어찌 보면 딱하고 어찌 보면 능력자인 삶인데 지칠 때면 쭈그려 앉아 발톱이나 만지작하는 인생을 이제는 탓할 수가 없다. 더 이상 탓한다면 그건 변명이 돼버린다. 우린 언제나 돈과 업의 양갈래에서 선택을 한다. 그것의 균형을 잡는 일은 언제나 외롭고 지치고 힘들지만 단 한 번에 해결되는 일은 아닐 거다. 조금씩 퍼센티지를 조절할 뿐.


이번 주 금요일, 정말 안 떨어지는 발을 떼어서 은행에 들어가 대출 상담을 받아볼 예정이다. 이제는 받아야지 내가 원하는 일정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가 확정된다. 대출도 능력이라고 했던가. 이제 곧 교정도 끝나고 보철도 끝나고 머리스타일도 극단적으로 바꿨는데 이제 새로운 삶이 펼쳐지려나.


가끔 내 인생에 욕심이 생기고 빡이 치는데 그럴 때마다 삶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려 한다. 사주에 예술을 할 팔자라면 어떻게든 하거나 되겠지.


누구에게는 풍족하거나 누구보다는 부족하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하나의 길을 가고 있고 헤엄쳐가고 있음을.

서로의 삶을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모두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상반기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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