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의 세배, 세 번째 이야기

세뱃돈 차별화 전략의 도입

by 이앙꼬

이재학 안티모 신부님과 맞는 세 번째 설입니다. 우리 본당 신자들은 아마 2024년 설날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세배를 받았으니까요. 그저 형식적인 인사치레가 아니라 당신들은 진짜 무릎을 끓고 머리를 조아리는 우리 전통의 큰절을 그대로 따라 하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힘찬 복창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때 신자들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당황을 넘어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습니다. 저도 너무 놀란 나머지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 어’하며 할 말을 잊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게다가 신부님께서는 전 신자들에게 세뱃돈까지 쥐어주셨습니다. 비록 천 원 지폐 한 장이었지만 그처럼 소중한 돈은 또 없었습니다.


작년에도 신부님의 세배는 이어졌습니다. 그저 일회용 이벤트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세뱃돈은 신자들이 드리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작년에 천 원 받았다고 고만큼만 내지는 않겠지요?’라고 신부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신자들은 기꺼이, 유쾌하게 주머니를 열었습니다. 세배받기도, 세뱃돈 주는 것도 처음인 저로서는 다신 하지 못할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026년 설날, 앞서 두 번의 깜짝 퍼포먼스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신부님께서는 미사 말미에 또 “이번에도 세배받으셔야지요”하셨습니다. 수녀님들과 신학생들까지 제단에 올라와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며 또 큰 절을 하십니다. 여전히 놀라긴 했어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신자들은 저마다 서서 반절로 예를 표했습니다. 큰 박수도 잊지 않았습니다.


세배가 끝나고 신부님의 안내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세뱃돈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약간 볼불복의 재미를 가미해 1만 원권 100장, 5천 원권 100장 나머지 400장은 1천 원권을 준비했어요. 만 원 받았다고 좋아만 할 것도, 천 원 받았다고 실망할 것만도 아니죠. 받은 민큼의 대가를 치르는 게 승부의 세계 아니겠어요”’라고 하십니다. 신자들은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근데 투입된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다 합쳐보니 190만 원이나 됩니다. 그야말로 장난이 아닙니다. 물론 신부님께서는 그 이상으로 되돌아올 것을 예상하시고 판돈을 푸셨을(?) 터입니다. 이른바 등가성의 원리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들 심리가 적어도 받은 가치 만큼은 다시 돌려 준주려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공개된 게임인 상황에서는 대부분이 그렇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직접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길을 나서셨습니다. 코라진과 뱃사이다에 가신 예수님은 그곳 사람들을 크게 꾸짖으셨습니다. 가장 많은 기적을 행해진 곳이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카르페나움 사람들에게는 저승에 떨어질 것이라고까지 경고하셨습니다(마태 11. 20-24 참조).


그때 예수님께서는 언급하신 티로와 시돈은 이민족들의 도시로 우상숭배가 일상이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만약 거기에 같은 기적을 행했더라면 그곳 사람들은 벌써 회개했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코라진, 뱃사이다는 그보다도 못하다는 말씀입니다. 카르페나움은 하느님의 진노로 멸망한 소돔보다도 못하다고까지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많이 화가 나셨던 것 같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그리스도께서 자유롭게 해주려 우리를 해방하여 주셨으니 그 은혜에 감사하는 길은 사랑으로 서로를 섬기는 것뿐”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면 은혜를 갚는 길이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갈. 그러나 코라진과 뱃사이다 그리고 카르페나움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회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갈라 5.1-14 참조).

적어도 받은 만큼은 베풀어야 합니다. 내 손에 들어왔다고 다 내 것은 아닙니다. 불로소득은 특히 그렇습니다. 더 많이 되돌려줄수록 좋습니다. 그것이 염치고 도리입니다. 신부님의 차별화 전략은 그것을 몸소 실천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요. 당신의 놀라운 기획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아, 저요? 저야 늘 그렇듯 천 원입니다. 그 이상은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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